팀워크가 생기려면
지난 <3인 가족 11평 아파트 입주일기-6>에서는 쓰지 않았지만 사실 사전점검 날 우탄이와 마찰이 있었다. 다툼은 침대 때문에 안방 방문이 닫히지 않는 문제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제일 먼저 침대 매트리스와 프레임을 계약했는데, 이후 다른 가구를 보러 다니다가 그 프레임을 두면 방문이 닫히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면에서 문 사이즈를 계산하지 못해 발생한 실수였다.
침대 업체에 문의하니 헤드를 최대한 얇게 해도 5cm는 튀어나올 거라고 했다. 우탄이에게 얘기하자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가구 구매할 때 새 침대 프레임을 같이 사자고 했다. 이 대화를 나눈 날은 입주박람회에 갔다가 가구를 사러 간 날이었고, 쉴 새 없이 계약과 이동을 반복하는 와중이었다. 게다가 침대 업체의 고객센터는 문의하는 내용마다 담당자에게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해서 한 시간에 한 번씩 답변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침대 프레임은 그대로 하고 방문 방향을 바꿔 다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우탄이는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이렇게 한 차례 결론을 낸 문제였건만, 우탄이는 사전점검 날 다시 침대 프레임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방문 방향을 바꿔 다는 시공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 집에 손을 대는 게 싫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업체에 연락해서 시공이 가능하다는 대답까지 들었고, 무엇보다 다 끝난 얘기를 다시 꺼냈다는 사실에 반사적으로 화가 났다. 우탄이는 우탄이대로 전에도 탐탁지 않았지만 한 발 물러난 거였는데 마치 자기가 집에 관심이 없다가 뒤늦게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토론'의 형식으로 말싸움을 하는 편이라 몇 번의 공방 끝에 이번에도 탐탁지 않지만 (우탄이에게는 이 부분이 중요했다) 나의 의견대로 방문 방향을 바꿔 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내 뜻대로 하기로 했으니 속이 시원해야 마땅한데 마음 한 구석이 찝찝했다. 나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삼촌에게 전화해 방문 방향을 바꿔 다는 시공에 대해 여쭤봤다. 삼촌은 흔하지 않은 일이고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문의 현재 크기나 방향이 설계상 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이다.
나는 고집을 꺾기로 했다. 남편에게 다시 생각해 보니 당신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방 사이즈에 맞는 프레임을 찾아보겠다고 얘기했다. 우탄이는 고맙다고 했다. 그제야 속이 후련해졌다.
우리는 추가 논의 끝에 기존에 계약했던 침대 프레임을 헤드만 빼고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위약금도 내지 않고 맘에 쏙 드는 프레임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우탄이가 분란만 될 것 같아 다시 한 번 얘기를 꺼내지 않았거나 남편의 말을 듣고도 내가 고집을 부렸다면 훨씬 더 일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부부 중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내가 주도해서 집을 채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남편의 의견이 실무를 모르는 옆 팀원의 잔소리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안방 방문 이슈'를 통해 우탄이와 내가 한 팀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 가족이라는 한 팀을 잘 운영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분업을 하고 있는 팀원이니 나만큼이나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게 당연했을 텐데 그걸 간과하고 있었다.
팀워크의 첫 번째 조건은 우리가 한 팀이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다른 팀원도 나만큼이나 우리 팀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협력을 통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서로가 말이 안 통한다며 대화를 포기하기 전에 알게 해 준 방문에게 감사하다. (물론 남편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