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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사람 Nov 28. 2024

3인가족 11평 아파트 입주일기-6

예약과의 전쟁

어느덧 입주가 두 달도 남지 않아 슬슬 일정을 정해야 했다. 시공은 최소한으로 했는데도 해야 할 일 가짓수가 꽤 많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입주 청소를 기준으로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다른 팀 예약 없이 예약 날에는 우리 집만 와서 꼼꼼히 청소해 준다는 업체들은 다른 곳보다 두 배나 되는 금액에도 불구하고 벌써 예약이 거의 차 있어 빈 날짜 중 최대한 빠른 날을 선택했다.


그리고 입주 청소 외에도 가전 두 곳, 가구 네 곳, 커튼 실측 및 설치, 방충망 교체, 화장실 환풍기 교체, 인터넷 설치를 가장 효율적인 순서로 배열했다. 구글 시트에 해야 할 일과 업체 정보를 적고 그 리스트를 보며 예약 전화를 해서 픽스된 일정을 구글 캘린더에 적었다. (남편 계정과 연동되어 있어 편하다.)



원래 이렇게 꼼꼼한 편이 아닌데 자금 문제나 이사 관련한 일은 실수하면 큰일이라 청약을 넣는 순간부터 여러 가지로 미리 조사, 메모,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업체명, 주문한 물건 정보, 금액, 결제수단, 전화번호 등을 한 곳에 정리해 두니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기 한결 편했다.


시공-입주청소-가구 배송-가전 배송 순으로 예약을 완료했다. 평소 전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이것만 해도 큰 일처럼 느껴졌다. 입주를 조금 미룰까 하다가도 10건의 예약 일정을 다 조절해야 하는 게 싫어 결국 원래대로 진행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이삿날에 다른 일정을 맞추는 게 아니라 다른 일정에 맞춰 이삿날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




화, 수, 목, 금요일에 10건의 예약을 잘 배분해 놓았지만 대부분은 시간을 지정할 수 없었다. 어떤 업체든 전날 전화로 통보하는 시간에 고객이 맞추는 게 보통인 듯했다. 숭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모두 끝내면 좋겠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 처음으로 키움센터 일시 돌봄을 신청했다.


이제는 체력을 보충할 일만 남았다. 1시간을 운전해 새 집에 가서 기사님들이 올 때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다시 1시간을 운전해 친정 집에 돌아오는 것을 4일 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춥고 먼지가 가득한 집 안에 있어야 하니 말이다.


얼른 내 집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해야 할 일들을 확인하고 나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잘한 해프닝은 얼마든지 있어도 좋으니 큰 사고 없이 입주를 마쳤다는 글을 적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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