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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가족 11평 아파트 입주일기-7

‘우리 (명의의) 집’

by 난사람 Jan 10. 2025

이번 이사는 조금 특별하다. 잔금을 치르고 시공, 입주청소, 가전/가구 배송 후 차로 잔짐을 옮기는 과정이 몇 주 동안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삿짐센터가 하루 만에 해결해 주던 지금까지의 이사와는 달리 내 시간과 품이 더 들어가기에 더욱 비장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잔금날이 되었다. 집의 명의가 남편과 공동으로 되어 있어 함께 움직였다. 이전에 상담사에게 관련 서류는 다 제출해 놓아서 은행에 갈 필요는 없었다. 은행에서 건설사에 중도금과 잔금을 보내주면 우리는 영수증만 입주지원센터에 팩스로 보내면 됐다. (이마저도 건설사 어플로 3분만에 가능했다.)

대출금에서 중도금과 잔금을 뺀 나머지 돈은 계좌로 입금되었다. 상담사가 보내준 대로 옵션 잔금과 발코니 잔금을 각 계좌로 송금하고 우리는 새 집으로 출발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계속해서 변하는 대출조건 때문에 신경이 쓰였는데 막상 대출을 실행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웠다. 이제 진짜 내 집이 되었다는 실감도 났다. 새 집으로 가는 한 시간 동안 남편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결혼해서 10년 만에 내 집을 마련했고, 그 과정에서 1년 동안 부모님 집에 얹혀살았고, 앞으로 대출을 갚기 위해 열심히 살아갈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라는 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운전하는 남편의 옆얼굴은 이전보다 편안하면서도 설레 보였다.


‘우리’ 집에서 브이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자마자 생활지원센터에서 관리비 선수금을 납부한 뒤 입주지원센터에 가서 키를 받았다. 입주 안내 매니저 두 명이 우리 집에 같이 올라와서 집 상태를 확인하고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입주 축하드립니다” 소리에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줄 알았거늘 12시도 되기 전에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들어오는 길에 주민센터에서 전입 신고를 하고 다시 입주지원센터에 가서 차량 등록까지 했더니 벌써 2시였다.


원래 하려던 베이크아웃과 사후점검은 다음 주로 미루고 숭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출발했다. 내 집이 생겼어도 저절로 배가 부르거나 힘이 안 드는 건 아니었다. 집을 한 번 더 꼼꼼히 보기보다는 식사를 택했고, 추운 날 하루종일 걸어 다녔더니 체력은 방전되었다.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만만치 않고 아이가 크면 또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내 의지로 선택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 이것이 내가 그토록 내 집마련을 하고 싶었던 이유다. 모든 사람이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인생의 수많은 변수를 조금 덜 불안해하며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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