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평에는 몇 명까지 들어올 수 있을까?
우리 집은 39㎥ 타입으로 11.7975평 정도 된다. 청약에 당첨되고 너무 기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과연 세 식구가 11평에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와 살아 보니 '살 만하다.' 우리 가족은 각자 방에 들어가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거실에 나와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거실이 넓고 방이 작은 구조가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용기가 났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우리 집을 초대할 용기! 나와 우탄이의 오랜 친구 한 명을 시작으로 집들이 랠리가 시작됐다. 입주 후 둘째 주 주말에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가족을 초대했는데 우리까지 합쳐서 총 어른 네 명에 아이 두 명이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방에 들어가 놀고 우리 넷은 소파에 쪼르륵 앉아 편안히 TV를 봤다. (소파의 한쪽만 꺼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무거운 남자 둘을 양 끝에 배치하는 섬세함까지 발휘했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둘러앉아 보드게임도 했으니 6명은 가볍게 통과였다. 예전처럼 밤새 놀고 자고 갈 수는 없었지만 이 또한 게스트하우스가 오픈하면 해결될 것이었다.
가장 큰 난관은 남편이 없는 평일에 나의 일가친척 5명을 초대한 날이었다. 성인 5명이 오는 것은 처음인 데다가 혼자서 7인분의 음식을 해야 했다. 한두 명씩 차례로 도착한 손님들을 차곡차곡 자리에 앉히고 샐러드, 라구 파스타, 라자냐, 연어 파피요뜨, 스테이크를 두 접시씩 갖다 놨다. 평소 스테이크는 우탄이 담당이라 처음으로 내가 해봐서 속이 육회에 가까웠다는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꽤 성공적인 집들이였다. (덕분에 '블루 레어'라는 단어를 배웠다.) 한 번 앉으면 일어나 움직이기 힘든 탓에 모두들 참고 있었는지 맨 끝 사람이 화장실에 가자 차례대로 들어가는 모습도 재밌었다.
그로부터 5일 뒤, 친정 식구 5명이 왔다. 대규모 손님맞이를 해낸 뒤였고 이번에는 우탄이도 같이 있어서 조금 더 수월했다. 메뉴는 지난번 코스에서 라자냐를 빼고 회를 추가해 준비했다. 동생이 가져온 위스키와 우리 집에 있던 와인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완벽한 집들이로 끝날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라면을 주문했다. 이미 집에 있는 모든 냄비와 프라이팬, 식기를 다 동원해서 대접했는데 라면이라니! 엄마에게 싫은 소리를 터뜨리려는 순간에 우탄이가 선뜻 알겠다며 냄비와 젓가락을 씻어 준비해 주어 고마웠다. 우탄이는 나에게 앞으로 밥 다 차려놨는데 계란 프라이를 해달라는 말 같은 건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론은 11평 아파트에 8명까지 집들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리에 앉으면 움직이기 힘들어 화장실 한 번 갈 정도의 시간이 넘어가면 손님들이 슬슬 집에 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손님들 외투 넣어둘 곳이 부족한 것도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큰 식탁이 있다면 하루 정도는 해볼 만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