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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가족 11평 아파트 입주일기-9

이삿짐센터가 비싼 이유

by 난사람 Jan 27. 2025

친정집에서 새 집까지의 거리는 21km, 옮겨야 할 큰 짐은 아이 책상세트뿐이고 나머지는 옷 등의 잔짐이라 우리 차로 서너 번만 움직이면 다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입주하는 게 아니라 아이 학기가 끝날 때까지 2주일을 친정집에서 더 지내다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짐을 옮길 때에도 고려할 게 많았다. 당장 친정집에는 없어도 되고, 새 집에 갖다 놓아도 여러 작업으로 인한 파손이나 분실 위험이 없는 것들부터 나르기 시작했다. (아이가 만들어놓은 작품 중 버리고 가자는 설득에 실패한 것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소중하고 귀엽고 옮기기는 힘든.. 작품들


물건을 수납함에 담고 차에 싣고 한 시간을 운전해 가서 차에서 내리고 짐을 풀어서 제자리에 넣는 과정을 이틀은 혼자, 이틀은 우탄이, 숭이와 함께 반복했는데도 친정에는 우리 짐이 계속 남아 있었다. 다 됐다 싶으면 콘센트에 꽂혀 있는 충전기가 보이고 건조기에 있던 옷이 보이는 식이었다.

캠핑하면서 쌓은 테트리스 실력을 이렇게 쓸 줄이야
함께 고생한 우탄이와 숭이


그렇게 아이의 방학식이자 진짜 이삿날이 되었다. 우리는 몇 번 더 왔다 갔다 하는 대신 차를 한 대 더 빌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나는 남아있는 잔짐을 박스와 장바구니에 쑤셔 넣고 우탄이는 차 두 대에 테트리스처럼 쌓았다. 그리고 우리는 차례로 새 집을 향해 출발했다. 한 시간 뒤 주차장에서 만난 우리는 다시 분업을 시작했다. 우탄이는 짐을 차에서 꺼내 집으로 올리고, 나와 숭이는 집에서 짐을 풀어 제자리에 넣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하던 일을 멈추고 식탁에 모여 배달 음식을 먹었다. 아직도 풀어야 할 짐과 치워야 할 쓰레기가 집안 곳곳에 보였다. 우리는 이삿짐센터가 왜 비싼지 이제 알겠다는 대화를 하며 저녁을 먹었다. 이보다 훨씬 많은 짐을 하루 만에 싸고 옮기고 풀어주는 데 그 정도 값은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뭐든 셀프로 하면 아낀 만큼 병원비로 나간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다음 이사 때는 꼭 이삿짐센터를 이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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