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는 2022년 있었던 기업설명회에서 위스키 증류소 사업에 관한 로드맵을 공유하며 위스키 사업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롯데가 위스키 산업에 뛰어든 일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칠성사이다, 클라우드 등으로 음료 및 주류업계에서는 이미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처음처럼은 참이슬과 함께 한국 소주 시장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주류 제조가 특기인 기업이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더불어 일본과 강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롯데그룹인 만큼 여차하면 일본의 증류소와 연계한다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위스키 사업에 뛰어든 국내 기업 중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고 평가됩니다.
롯데칠성은 2021년 하반기 '제주 증류 팀'을 신설하고 아드벡 증류소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 절차를 밟아왔습니다. 2023년 5월에는 서귀포시 제주감귤농장 3300평 부지에 위스키 증류소 건설을 확정하고 2023년 말 해당 부지에 ‘기타 증류주 및 합성주 제조업 추가’의 허가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주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농장이 위치한 선례 2리 주민들은 폐수 배출량 증가와 환경오염 우려를 이유로 증류소 설립에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2023년, 같은 시기에 위스키 사업에 진출했던 신세계는 연이은 악재 속에서 위스키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그룹 내 위스키 사업을 전담하던 W 비즈니스 팀을 해체하고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업계는 롯데칠성의 위스키 사업이 같은 길을 걷게 될지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롯데칠성은 달랐습니다. 2024년 1월, 서귀포시 내 5000평 규모의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 증류소 건설을 강행했습니다. 외부 인력을 추가로 영입하고, 증류기 제작 대금을 지불하는 등 이미 상당한 자본을 투입한 상태에서 철수는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위스키 사업을 ‘숙원사업’으로 강조한 만큼, 롯데칠성 대표 박윤기 또한 사업 철수를 선택할 여지는 적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롯데칠성 측은 2025년 말 제조 시설 완공, 2026년 시생산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롯데칠성의 위스키 사업에 장밋빛 미래만이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그들의 앞날에는 헤쳐나가야 할 난관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1. 그룹 전반의 부진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부진은 위스키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23년 말, 롯데그룹 상장사 11곳의 시가총액은 20조 원에서 2024년 11월 기준 13조 원대로 급감했습니다. 롯데지주의 비상경영 체제가 선포되며, 롯데온, 코리아세븐, 롯데면세점 등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롯데그룹이 자본을 빨아들이는 위스키 사업을 이어나갈지는 미지수입니다.
2. 제주도의 기후와 숙성 문제
기술적 난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주도는 기후 특성상 위스키 숙성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평가받습니다. 연교차가 크고 높은 습도로 인해 숙성 중 증발 손실이 심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후도 안정적이지 않아 위스키 숙성에는 적합하지 않지요.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는 대만의 카발란(Kavalan) 증류소처럼 고유한 숙성 방식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스키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것이, 카발란의 S.T.R공법을 벤치마킹하여 짧은 숙성 기간으로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공법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화산지형인 제주도의 특성상 연교차가 적은 지형을 찾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고요. 해양성 기후를 이용해 위스키를 숙성하는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3.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일부 관계자는 “대만처럼 3~5년 숙성으로도 제품 출하가 가능하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쌓기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 매출 확보보다 장기적 품질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롯데칠성의 위스키 사업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자본력과 경험, 일본과의 네트워크는 분명한 강점입니다. 하지만 위스키는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와 품질 개선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제주도의 기후, 그룹 차원의 위기 등 여러 난관 속에서 롯데칠성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롯데칠성이 눈앞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위스키 브랜드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자료 :
김은영. “‘공중분해 위기說’에 출렁인 롯데그룹, 임원 인사 ‘촉각.’” 조선비즈, 22 Nov. 2024.
김호윤. “‘K-위스키’ 도전 롯데칠성…‘제주증류소 설립 속도.’” 대한경제.
박재형. “롯데칠성음료, 제주 위스키 증류소 부지 옮긴다.” 블로터, 8 Jan. 2024.
박해나. “‘위스키 오픈런은 옛일’ 신세계·롯데, 증류소 설립 사실상 무산.” 비즈한국, 24 Apr. 2024.
이효정. “‘와인 다음은 위스키’… 신세계·롯데, 증류주 시장서도 격돌.” 경기신문, 23 Nov.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