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an of Whisky

한국 위스키 산업 (5) : 하이트진로

by Emotion

하이트진로는 현재 소주 시장 점유율 60%를 자랑하며, 대표 브랜드 참이슬을 통해 업계 1위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주류업계의 거물입니다. 맥주 시장에서는 오비맥주의 카스를 추격하며 경쟁을 이어가고 있고,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도 일품진로를 통해 ‘화요’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희석식 소주, 맥주, 증류식 소주라는 세 가지 주요 주류 카테고리에서 1, 2위를 놓치지 않으며, 가히 대한민국 굴지의 주류기업이라 불릴 만합니다.

img-info-1-1.png?type=w966 일품진로 (출처 : 하이트진로)

그런 하이트진로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2024년 5월, 하이트진로는 강원도 홍천군 맥주 공장 내 증류소 부지를 확정하고 위스키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이로써 소주와 맥주, 증류식 소주에 이어 위스키라는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의문이 남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그것도 위스키 시장이 불황이라고 평가받는 시기에 진출을 결정했을까요? 이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두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진로 창립 100주년


하이트진로의 뿌리는 1924년 창립된 진로에 있습니다. 1998년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한 후, 역합병 방식으로 진로의 법인을 유지하면서 지금의 하이트진로가 탄생했습니다. 따라서 2024년은 하이트진로의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러한 상징적인 시점에 새로운 신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한 사업적 결정을 넘어선 의미를 가집니다. 기업의 재창립과도 같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2023년 맥주 켈리와 샴페인 라미아블의 흥행 실패 이후 회사의 분위기를 쇄신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oYcJpaB5y-QNrRlt2sVBm9dQoVABaZq5vMGu2gMxXOf5gqejq1XhudAvmqfUpEONb5SR2f-VAl8a.jpg?type=w966 소주 참이슬 (출처 : 하이트진로)




두 번째, 롯데와의 경쟁구도


하이트진로의 또 다른 경쟁자인 롯데칠성음료는 하이트진로와 소주 시장에서 치열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처럼은 참이슬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롯데의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 역시 작지만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2024년 1월, 위스키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사전 준비 없이 증류소 부지부터 선정한 모습은 다소 급박해 보였지만,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롯데의 이러한 행보가 무시할 수 없는 도전으로 비쳤을 것입니다. 경쟁자가 신사업에 진출한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같은 시장으로의 진입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SE-84ee0728-6857-4711-9096-e070904babad.jpg?type=w966 소주 처음처럼 (출처 :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만드는 기술과 노하우로 국내 최고 수준인 하이트진로가 위스키를 제조한다면, K-위스키 시장의 발전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섣부른 자신감으로 비칠 여지가 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맥주 양조 기술이 뛰어난 독일이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도 패권을 쥐고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위스키 밑술을 만드는 과정은 맥주 양조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핵심은 증류와 숙성 과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맥주 기술만으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스키를 생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내 최고 수준의 맥주 기술”이라는 평가에도 의문이 남습니다. 일본의 에비스삿포로 실버와 비교할 때, 하이트진로 맥주는 국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가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위스키 시장에서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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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공장의 전시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의 위스키 시장 진출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한국의 위스키 시장은 여전히 불모지에 가깝고, 관련 법규 또한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만약 하이트진로와 같은 대기업이 성공적으로 위스키 산업에 안착한다면, 이러한 법적·산업적 제약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위스키 시장의 확장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이트진로의 도전은 분명 모험적인 선택이지만, 이를 통해 대한민국 위스키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자료 :

정소영. “위스키 사업 ‘불발’…창립 100주년 앞둔 하이트진로 활로찾기 고심.” 일요신문, 6 Nov. 2023.

심현희. “신세계가 포기한 K위스키, 하이트진로가 만든다.” 블로터, 29 May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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