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주인공을 소개할 시간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증류소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증류소인 기원입니다.
기원 증류소(구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는 2020년 6월 남양주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입니다. 재미교포인 도정한 대표, 스코틀랜드에서 온 앤드류 샌드(Andrew Shand) 마스터 디스틸러, 그리고 한국인 직원들로 구성된, 세 사회의 모임이라는 의미인 쓰리소사이어티스(Three Societies)라는 이름으로 증류소는 시작하게 됩니다.
도정한 대표가 주류사업에 뛰어든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4년 핸드앤몰트로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든 그는 깻잎맥주 등으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8년 오비맥주에 회사를 매각한 그는 글렌리벳 등 증류소에서 경험을 쌓은 앤드류 샌드를 영입하고, 2020년 쓰리소사이어티스를 설립하며 위스키 산업에 진출합니다.
쓰리소사이어티스가 내놓은 첫 제품은 의외로 진(Gin)이었습니다. 2021년 출시된 정원 진은 고수 씨앗, 팔각 , 깻잎, 솔잎 등을 사용하였습니다. 출시 직후 나 역시 시음해본 경험이 있습니다만, 인상적인 깻잎 향이 기억이 남았습니다. 아마도 깻잎맥주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도정한 대표의 노하우가 들어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반짝이니 한 번쯤 마셔봄직합니다.
쓰리소사이어티스가 첫 제품으로 진을 내놓은 것은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먼저 진은 위스키 설비만으로 생산이 가능한 증류주입니다. 더욱이 완제품 생산에 몇 년씩 걸리는 위스키와 달리 진은 증류 직후에 제품 제작이 가능하죠. 위스키 증류소에게는 생산을 기다리며 수익을 얻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곧이어 2023년, 증류소의 첫 위스키 기원 배치 1이 출시됩니다. 개인적으로 가격에 비해많이 아쉽다고 생각하는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원 배치 1은 상업적으로 성공적이었습니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은 아마 해외 수출 제품을 역수입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2024년 5월에는 샌프란시스코 국제 주류 품평회(SFWSC; San Francisco World Spirits Competition)에 출품한 8개 제품 중 2개가 더블골드를 수상하며 품질 또한 인정을 받습니다. 같은 해 11월,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는 사명을 제품과 같은 기원으로 변경합니다.
기원 증류소의 가장 큰 장점은 착실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설립 이후 급하게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 몇번의 시리즈를 거치며 분명하게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등에서 그 특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보다 나은 증류환경을 위해 산을 깎고 증류소의 창 방향까지 고려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원 증류소는 법제적인 부분에서도 위스키 산업의 환경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원은 지역사회와의 협업으로 주세법의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주세법의 부조리함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가 척박한 한국 위스키 산업의 환경을 개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4년 11월 기원 증류소는 소사이어티 3부작의 첫 단추인 타이거 에디션(Tiger Edition)을 출시합니다. 당장 제품을 구하기 힘들어 바에서 찾아보니 한 잔에 150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보아 대중적 접근을 위한 타협으로 보입니다. 이번 제품을 통해 보다 넓은 층의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원 증류소는 한국 위스키 산업의 가능성을 선두에서 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착실한 성장과 국제적 품질 인정은 기원이 한국 위스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한국 위스키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하며, 이번 시간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참고 자료 :
“국산 토종 첫 위스키 해외 수출 완판…수제 맥주처럼 주세법 개선 필요.” 한경비즈니스, 13 May 2021.
“기원 위스키, 2024 SFWSC 한국 위스키 최초 더블골드 수상.” 뉴스와이어, 28 Apr. 2023.
“도정한 대표 인터뷰: ‘스카치 누른 韓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이제 세계로.’” 이코노미조선, 23 Nov. 2020.
“‘마누라 빼고 다 바꿨다’…사명·로고 교체하고 한국 위스키 도전.” 매일경제, 20 Nov. 2023.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싱글몰트 ‘기원’ 출시.” 소믈리에타임즈, 14 July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