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쌤의 방구석토크 May 07. 2024

피할 수 없는 운명, 받아들여야 할까요?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가수 김연자에게 제3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노래 ‘아모르 파티’의 노랫말입니다. 저는 인기 예능프로 <무한도전>을 통해 처음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트로트였지만 리듬이 흥겨워서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노래 제목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그 뜻을 바로 찾아보았습니다. 




  ‘아모르 파티’는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참고로 저는 '너 T야'라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T'성향이 강합니다. 구체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모르 파티를 조금 더 찾아보았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Nietzsche)는 아모르 파티를 통해 ‘삶이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운영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을 보면서 과연 '나에게 시련이 왔을 때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일을 운명이라고 여기면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어떤 일을 할 때 노력은 중요합니다. 세상에는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삶은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불공평함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나이, 성별, 국적 등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 이미 지나간 내 삶의 흔적 등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운명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한자를 살펴보면 운명(運命)은 운수(命)를 옮긴다(運)는 뜻입니다. 상당히 능동적이지 않나요? 반면에 숙명(宿命)은 운수(命)가 잠을 잔다(宿)는 뜻으로 수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운명을 수동적이고 부정적으로 느꼈다면 운명과 숙명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운명은 주어진 조건을 인정하되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분명히 구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아모르 파티’는 내게 주어진 조건들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내 삶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뜻입니다.     


  혹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오이디푸스 들어본 적 있나요?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받아들이기 힘든 운명에 빠졌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신탁을 통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저주와 같은 말이 나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노력하면 할수록 불행은 점점 다가왔고 불행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불행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오이디푸스는 운명에 굴복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눈을 찌르면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신의 뜻 아래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 준 오이디푸스를 통해 신화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러한 질문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합니다.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그리스 철학 태동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나에게 일어났거나 일어날 일들은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할 운명입니다. 그런데 우리 삶에는 행운뿐만 아니라 불행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행운만 오길 바란다면 욕심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행운이 오면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반면에 불운이 오면 용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 부모님은 물려줄 재산이 없어’, ‘나는 키가 작아’라는 말로 한탄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부모님 재산을 받은 사람은 완벽하고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주어진 조건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괴로웠던 적이 있나요? 오이디푸스의 용기를 기억해서 내 삶을 책임지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겸손은 힘듭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