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20211213월)
아침 퇴근길에 부스터 샷을 맞고 집에 왔다. 2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아직 멀쩡하다. 혜경스와 통화하는데, ‘오늘 저녁은 닭 칼국수’라고 한다.
“누가 요리해? 알잖아. 오늘 부스터 샷 맞아서 쉬어야 하는데.”
“그러면 쉬고서 저녁에 요리해.”
그 말은 듣자마자 마트에서 칼국수 면과 애호박, 감자를 샀다. 애호박 한 개에 이천 원이다. 헐~ 물가가 오르긴 올랐다. 세 개에 천 원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여니, 온유가 좋아하는 ‘아이유’ 노래가 들린다. ‘뭐지? 오늘도 학교에 안 갔나?’ 어두운 거실에는 유리병 안의 조명이 깜박거리고, 아이유의 노래는 조명에 맞춰 흘러나온다. (전기세는 누가 내는 거니?)
‘마루가 심심할까 봐 애들이 켜놓고 갔나. 또 마루는 어디에 갔나? 집사가 왔는데 인사도 안 하고.’
마루를 불러도 나오지 않길래, 문이 열려있는 온유 방에 가보니 침대에 누워서 아주 곤히 자고 있다. 저녁거리를 부엌 싱크대에 꺼내는데, 빨래 바구니에 건조된 빨래가 한가득 보인다.
‘뭐지? 나 24시간 당직 근무하고 온 사람인데. 선물인가?’
그런데 뭔가 어색한데, 이 조합이 어울린다. 어두운 거실에는 깜박이는 크리스마스 조명과 함께 아이유 노래가 흘러나오고, 부엌에는 정리해야 할 빨래가 한 바구니가 놓여있다. 그리고 부스터 샷을 맞고 온 나는 조용히 앉아 이 분위기에 취해 빨래를 개고 있다. (혹시 다 작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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