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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Dec 22. 2021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오늘의 인생(20211222수)

아침에 함께 근무했던 선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받았다. 저녁 퇴근길에 장례식장에 들러서 조문하고, 혼자 저녁을 먹고 왔다. 희한하게도 나는 장례식장 밥과 국을 좋아한다. 특히 국으로 육개장이 나오면  그릇이나 먹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밥을 천천히 먹고 있는데, 장례식이 떠올랐다. 13년 전, 1월 말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 지금 밥을 먹고 있는 이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설날이 겹쳐서 4일장으로 치렀던 기억이 난다.


옆에서 친척 형들이 도와주긴 했지만 혼자 조문객을 받았다. 그런데 빈소를 지키는 4일 동안  눈물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남들은 너무 울어서 눈이 부었다던데, 나는 전혀 눈물이 나지 않았다. 화장장에서도, 이천 호국원에서 납골당에 들어갈 때도 전혀 눈물이 나지 않았다.


'왜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을까. 13년이 지났지만, 빈소에서 눈물이 나지 않았던 것이 뚜렷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이후에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혼자 민망할 뿐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을까?'


선배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뜨거운 육개장과 밥을 먹으면서 13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다니. 빈소를 지키는 선배의 핼쑥해진 얼굴을 보니, 13  빈소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못했던 내가  이리 원망스러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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