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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Jan 09. 2022

오늘의 인생(20220109주일)

좋아하지 않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24시간 당직근무다. 오후 4시쯤 돈사 화재가 발생했다. 조용한 토요일이 될 줄 알았는데, 나는 후배 직원과 함께 화학차에 탑승하여 출동했다. 멀리서 검은 연기가 보인다.


'이거 왠지 밤 셀 각인데.'


현장까지 길이 좁아서 근처 공터에 화학차를 주차하고, 현장의 진입하는 펌프 차량에 급수 지원을 했다. 후배 직원은 현장을 오가는 펌프 차량에 호스를 연장하여 급수 지원했다. 나는 안전봉을 연신 흔들며 소방 차량을 유도하고, 현장과 무전으로 교신했다. 길이 좁은 관계로 현장에 진입하는 차량과 나오는 차량이 겹치지 않게 상황을 판단하고, 차량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 안전봉을 흔들어댔다. 마치 풍선 인형의 팔처럼~


다행히 화재는 2시간 30분 만에 마무리가 되었다. 현장에서 모두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나도 남아있던 물을 펌프차에 급수한 후 현장을 정리하고, 철수했다. 긴장의 끈이 풀리니,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참. 나는 현장 활동을 좋아하지 않지.'

'이렇게 하기 싫은 일에 또 이렇게 열심히 무전하고, 차량을 유도했을까? 사실 안 해도 그만인걸.'

'게다가 큰 소방차 운전까지, 못 한다고 버티면 그만인걸.'


2022년 1월 12일이 지나면 입사한 지 16년이 된다. 아쉽게도 여전히 나는 이 직업을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몸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나는 무엇이고, 누구일까? 나는 왜 이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그나저나 이곳에서 16년 일하면서 아니 버티면서 깨달은 게 있다.


'싫든 좋든 우선 해보자. 시간이 흘러서 이 일이 좋아질 수도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길을 갈 수도 있을 테니.' 비단 이 직업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더라도 비슷하겠지.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일의 능률도 오르고 성취감도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미리 알고 그 일을 선택해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1,000명에 한 명, 아니 1만 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설령 희망하던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부서에 배치되어 원하는 업무를 맡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1만 명 중 9,999명은 불행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하기 때문에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크게 성공할 수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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