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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May 28. 2022

나는 내향이다

오늘의 인생(20220528토)

최근에 교회를 옮겼다. 이게  번째 옮기는지  모르겠으나 어찌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오늘은 옮긴 교회에서 나들이를 가는 날이다. 혜경스는 친정으로, 온유는 친구들에게. 나와 쌍둥이만 교회 나들이 동참했다.


나들이 갈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밥을 먹었다. 솔과 율은 신이 나서 돌아다니고, 보물찾기 선물과 경품 추첨 선물도 받았다.


오후 4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온유의 흔적들이 보인다. 수박은 밖에 나와 있고,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거실은 지저분하다. 나도 모르게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온유에게 전화했다.


“야. 너 나가기 전에 집은 대충 정리하고 가야지?”

“설거지했는데요.”

“아니 수박 껍질이랑 쓰레기를 잘 버렸어야지.”

‘네?”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만남 속에서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졌나 보다. 온유에 괜한 잔소리를 하고, 혜경스에게 전화해서 ‘오늘 못 데리러 간다’고 말했다. 피곤이 몰려오고, 에너지는 땅바닥이다.


마흔이 넘어서야 내 기질을 정확히 찾아가는 것 같다. 외향인 줄만 알았던 기질은 사실 내향이었다. 아마도 외향은 교회 중고등부를 생활하면서 발달하지 않았을까. 땡볕에 피곤했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그 힘듦을 혜경 그와 온유에게 전화를 풀어버렸다. 이런 수준 낮게 말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나의 관계는 넓지 않았고, 소수와의 깊은 관계를 선호했다. 그래서 마음 깊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고, 내 지경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적응이 더 어려웠다.


하여튼 교회 나들이는 잘 참여하고, 돌아왔지만 내 마음의 에너지는 끝없이 떨어진다. 이게 나의 본모습인데, 지금껏 너무 활달하여지려고, 유쾌하여지려고 노력했나 보다. 이제는 내 모습대로 살고 싶다. 정적인 삶으로 말이다.


그나저나 어디를 가나 우리 가족은 눈에 뜨인다. 이것이 문제다. 나는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말이다. 그리고 나는 주도적인 삶을 원하기에 내가 관계를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관계는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에이. 뭐가 이렇게 복잡해.


결론은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 힘들었다. 나는 내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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