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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Jul 05. 2022

한강 자전거 라이딩 후기(김율이 사라졌다)

오늘의 인생(20220705화)

어제 4학년 쌍둥이와 함께 한강 라이딩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쉬는 날이었고, 나름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였습니다.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으로 고등어를 굽고, 설거지까지 맞췄습니다.


저녁 7시입니다. 아직 7월의 해는 질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합니다. 오후 2시쯤 하교한 쌍둥이에게 ‘한강 자전거 라이딩 갈까?’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은 ‘네’라고 대답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니, 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니, 출발합시다.”


우리는 헬멧과 물을 챙겨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월요일이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적었습니다. 우리의 자전거는 무거웠기에 오른쪽으로 바싹 붙어서 페달을 밟았습니다. 목적지는 천호대교 밑 편의점입니다. 암사대교 부근에 고개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페달을 밟아 올라가서 내리막길에서 한강의 시원한 바람을 맞았습니다.


드디어 편의점에 도착했습니다. 한강 편의점에서 꼭 먹는 끓이는 라면과 음료수를 먹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남으로 출발했습니다. 솔의 자전거의 기어가 고장 나서 페달을 밟아도 앞으로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율이 앞으로 쭉쭉 나아갔습니다. 저와 솔은 고갯길에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갔습니다. 앞의 율이냐 보이지 않습니다. 내리막길에서도 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핸드폰도 받지 않습니다.


‘어디 갔지? 먼저 집에 갔나? 아니면 길을 잘못 들었나?’


자전거길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뭐지? 어디 갔지? 혹시…’ 머릿속에서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옵니다. 저는 솔을 먼저 집으로 보내고, 자전거길에서 혼자 율을 찾았습니다. 왔던 길을 다시 가서, 찾았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야?”


최악의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릿속이 하얗습니다. 잠시 후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율이냐 울면서 자전거 타고 집에 왔다. 무슨 일이야?”

“아……. 다행이다.”


엄마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고, 무거운 몸을 자전거에 의지한 채 집에 도착했습니다. 십 년은 늙은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엄마네 집에서 율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다행히 율은 밝아 보였고, 저는 율에게 사과했습니다. 제가 직진만 하라고 해서 진짜 직진만 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직진하다가 할머니에 가는 길이 나와서 무사히(울면서) 할머니네 집에 갔다고 합니다.


십년감수했네.’라는 말은 이럴  쓰는  같습니다. 쌍둥이와 함께한  번째 한강 자전거 라이딩은 슬픔이 아닌 행복하게 끝났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좋은 추억이라 생각하며 다음에는 조금  좋은 자전거를 타고, 핸드폰을  챙겨서 자전거를 타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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