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치 Sep 02. 2022

야간 라이딩

오늘의 인생(20220831수)

쌍둥이가 축구 배우러 가는 수요일 저녁이다. 온유와 나는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무심히 앉아 있었다. 잠시  온유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러 간다고 하기에, 나도 같이 타러 나가자고 했다. 우리 둘은 저녁 7 30분경 야간 라이딩을 위해서 하남 나무 고아원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며칠 전 아이들과 야간에 라이트 없이 자전거를 탔더니 위험해서, 국민의 친구 다이소에서 라이트와 후미등을 사서 자전거에 달았다. 전보다 조금 낫다. 하지만 한강 자전거 길에 들어서니 거의 무용지물이다. 너무 어두워서 라이트를 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 조금 더 강력한 불빛이 필요하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비싼 용품을 사는 거구나.’


우리는 나무고아원에서 팔당대교까지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달렸다. 종종 우리를 추월하는 고급 자전거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의 속도대로 우리의 길을 위하여 페달을 밟았다. 우리 둘 다 생활 자전거라 우리를 추월하는 고급이들이 조금 부러웠지만.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온유가 속도를 내더니 내 앞에서 사라졌다. 우리를 앞질러 간 고급이들을 따라잡으러 갔지만 실패. 그러나 나와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내가 온유를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앞서가던 온유는 멈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13살 아이에게도 체력적으로 밀리는구나.’


온유와 자전거를 함께 타고, 가을 냄새나는 밤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혼자서 아이들을 세 명 태우고 한강 자전거 길에 왔던 기억도 떠올랐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세 명의 아이들을 트레일러와 의자에 태우고 왔을까? 그때는 30대 초반이라 무서울 게 없었다.’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구나.


‘가는 세월 그 누군가 잡을 수가 있나요.’


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지만 가는 세월을 즐겁게 보낸다면 굳이 잡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우리는 밤 9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집에는 쌍둥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육개장 사발면을 야식으로 먹었다. 나는 밥도 말아 먹었다. 하지만 그다음 출근 날 급체를 했다. 즐거운 시간 속에 한 가지 옥의 티였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꼈다.


지금부터 조금씩 돈을 모아서 내년에는 네 명의 남자가 고급 자전거는 아니더라도 중급 자전거라도 한 대씩 마련해서 조금 더 먼 라이딩을 가 보고 싶다.


적금 가입하러 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율의 도전에 큰 박수를 짝짝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