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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Sep 12. 2022

김솔의 재발견

오늘의 인생(20220912월)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이제는 교대근무의 여파가 마지막 쉬는 날까지 이어진다. 아침 기상 시간은 늦어지고, ' 피곤하다'라는 말을 달고 일어난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혜경스가 없는 집안은 곳곳에 티가 많이 난다.


아침으로 계란과 스팸, 양파를 볶아서 계란밥을 만들었다. 후식으로 사과 한 조각씩 먹고, 설거지하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오늘 어디를 갈까? 무엇을 해야 할까?'


오랜만에 밀린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아이들에게 '동묘시장에 가자'라고 제안했다. 문제는 큰아이의 마음이었다. 처음에는 갈 것처럼 하더니, 입고 갈 청바지가 아직 마르지 않았다며 결국 가지 않겠단다. 헐~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위계에 의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고, 집에서 쉬라고 했다.


그리하여 온유를 제외한 우리는 차를 타고 동묘시장에 도착했다. 주차는 모두의 주차장에서 종일권으로 사천 원으로 미리 결제했다. 11시쯤 도착해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아이들은 축구 유니폼이나 축구화를 찾았지만, 아이들 사이즈가 보이지 않았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서 오는데, 솔이가 옛날 돈 파는 곳에 앉아서 엽전과 동전을 꼼꼼히 본다. 자기 동전과 비교해보면서 여러 동전을 비교한다.


"아빠, 저기서 파는 엽전은 가짜 같아요."

"?"
"지금 만든 동전보다 가벼워서요. 옛날 돈이 무거운데요."

"그렇구나."


몰랐다. 옛날 돈을 그렇게 구별하는지 말이다. 솔은 오백원짜리 옛날 지폐를 사고 싶었지만 이만 원이라 포기했다. 그리고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풍물시장으로 건너갔다. 길거리에서 모자를 팔기에 아이들은 천 원짜리 MLB 모자를 하나씩 사고 좋아한다. 내일 롯데월드 갈 때 쓰고 간단다.


우리는 풍물시장 건물에 들어가서 골동품 가게를 구경했다. 또 오백 원 지폐가 있어서 물었더니, 이만 원이 넘는다. 다시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를 돌아서 한 골동품 가게 멈췄다. 거기도 오백원짜리 지폐를 팔았다. 만 이천 원이다. 다행히 이천원 깎아서 만원에 오백원짜리 지폐를 샀다. 물론 솔이 돈으로. 오백원짜리 지폐를 소장하고, 엄청나게 좋아한다. 몰랐다. 솔이가 옛날 돈에 관심이 있는지 말이다.


집에 도착해서, 내 앨범에 보관 중이던 옛날 지폐를 찾았지만 어디 있는 줄 모르겠다. 솔이가 나중에 더 모아서 비싼 가격에 팔아야겠다고 한다. 하여튼 김솔의 재발견이다. 축구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모으는 것에도 관심이 있을 줄이야.


솔은 욕심이 많고, 재능이 많다. 생각도 남다르다. 호불호가 갈려서 그렇지, 무엇인가 집중하면 작품이 나온다. 나와 다른 아이다. 그래서 부럽다. 솔의 자유분방함을 잘 키워줘야 할 텐데. 내 능력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서 돕고 싶다.


우리의 시장 탐방기를 듣고, 온유도 다음에는 함께 가자고 한다. 요즘 에어 조던과 패션 그리고 자전거 꽂혀 있는 온유가 '시장에 함께 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연휴는 당직 근무와 아이들과의 일정 속에 책을 한 자도 제대로 못 읽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읽었으니, 그걸로 감사한 하루다.


p.s

밤 8시 30분에는 당근마켓에서 율의 축구화와 골키퍼 장갑을 그것도 강동구 암사동에서 사 왔다. 게다가 길을 잘못 들어가 10분을 헤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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