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 두 번째 골키퍼다
오늘의 인생(20220918주일)
최근에 프로축구 경기를 관람하러 몇 번 축구장을 갔다 왔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경기 시작 전 1시간 전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아이들이 선수들 몸 푸는 것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해서 말이다.
오늘은 성남과 포항의 경기를 보러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 갔다. 오후 3시 경기였는데,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우리가 응원하는 팀은 아니지만 성남 홈 석에 앉았다. 맞다. 솔이가 입장 전에 얼떨결에 퀴즈를 맞혀서 '다코야키' 상품권을 받았다.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기억이 안 나나, 진행자가 내게 기회를 줘서, 솔이가 말해준 '21'이라고 말했더니 정답이란다. 맛있는 다코야키를 먹었다.
드디어 경기장에 입장했다. 탄천종합운동장은 축구 전용 경기장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축구 관람하기 괜찮은 곳이다. 대형 전광판이 선명하고, 영상도 잘 보인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도 재미난다.
우리가 좌석에 앉았을 때 성남 선수들이 한참 몸을 풀고 있었다. 우리는 성남 골키퍼 김영광 선수를 좋아한다. 어느 팀이든 골키퍼가 몸을 풀 때 꼭 후보 선수 포함해서 두 명이 함께 몸을 푼다. 경기 시작되면 그 후보 골키퍼는 잠시 벤치에 앉아있다가, 교체 선수들과 다시 몸을 푼다. 후반전도 마찬가지로 계속 몸을 푼다. 골키퍼는 필드 선수들보다 출전 기회가 적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몸을 푸는 것 같다.
'필드에 있는 골키퍼가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지금껏 축구를 보러 5번 정도는 축구장에 왔는데, 벤치에서 준비하는 두 번째 골키퍼가 교체 출전하는 경기를 한 번도 보지 못 봤다.
'주전 골키퍼처럼 몸은 몸대로 다 풀고, 경기에 못 나가고 대기만 하는 두 번째 골키퍼의 마음은 어떨까?'
골키퍼의 몸 푸는 장면을 못 봤다면 그냥 주전 골키퍼만 생각했을 때, 이상하게 나는 두 번째 골키퍼에게 더 관심이 간다. 오늘은 성남의 두 번째 골키퍼 최필수 선수에게 그 관심이 쏠렸다. 언제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만 풀다가 종료된 경기를 보면서, 오늘은 다행히 성남이 상대편과 비겼지만 말이다.
내 삶도 두 번째 골키퍼와 비슷한 것 같다. 아니 어찌 보면 두 번째 골키퍼보다 더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내 인생이 변할지 모르기에, 아직 주전 골키퍼는 아니지만 두 번째 골키퍼처럼 늘 몸을 풀고, 준비하다 보면 분명히 기회가 올 것 같다.
오늘 성남과 포항 경기의 내 MVP는 벤치에 묵묵히 몸을 푼 성남의 골키퍼 최필수 선수다.
'성남 골키퍼 최필수 선수 항상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