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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Oct 03. 2022

2304~0430

오늘의 인생(20221003월)

10 첫날의 근무다. 운동을 조금 하면서 조용한 낮을 보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다시 운동했다.  11시다. 이제 책상을 정리하고, 쉬려는데. 갑자기 화재  소리가 들렸다.


"화재 출동~ 화재 출동~ 00면 00리 축사 화재"

"엥? 이 밤 중에 화재라면 거의 불이 났을 텐데.'


나는 오인 신고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휘차에 시동을 걸었고,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면서 현장으로 출동했다. 약간 외진 곳이어서 신고 건수가 많지는 않았으나, 선착대로부터 무전이 들려왔다.


"축사, 소를 키우는 축사에서 화재 발생. 중불 추정."


이런 중불이라니. 현장 도착하기 전부터 오늘날 밤을 새울 것 같은 불길 안 기분이 들었고, 멀리서도 희뿌연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현장에 도착하여 직원들을 내려주고, 현장으로부터 멀찍이 차를 주차했다. 현장의 도로 상황은 펌프 차량만 들어올 정도로 좁았고, 나는 큰길로 나가서 도착하는 차량을 현장으로 안내했고, 잠깐 현장을 둘러보는데, 소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소들도 깜짝 놀랐겠지.' 소 울음소리가 참 애달프게 들렸다.


길도 좁고, 무엇보다 물이 많이 부족해서 화재는 쉽게 진화되지 않았다. 밤 11시 넘어서 출동했는데, 벌써 새벽 1시가 넘어갔다. 나는 현장에서 물이 부족하지 않게 직원들과 무전을 치면서 차량을 안전하게 유도했다. 요청했던 굴삭기가 도착해서 볏짚단을 정리하고, 축사의 벽면을 뜯어냈다. 대원들은 번갈아 가면서 굴삭기 쪽에 물을 뿌렸다. 그 사이 직원들의 허기를 채워줄 간식이 도착했고, 대원들은 교대로 간식을 먹으면서 쉼을 가졌다. 방화복은 땀 반 물 반으로 젖어 있고, 얼굴에는 고생의 흔적이 가득했다. 나는 대원들에게 간식과 음료를 챙겨주면서 '고생한다'라고 격려해주었다.


나는 현장에서 화재 진압 업무는 아니었지만, 현장에 물이 부족하지 않게 차량을 계속 안내하면서 직원들과 무전 교신을 했다. 새벽 4시가 넘어서 화재가 거의 다 진압되었다. 직원들과 무전 교신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목소리는 반쯤 갈라져 있었다. 현장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소방서로 돌아왔다. 다들 지쳐서 말 한마디도 못 하는 상태다. 나는 대충 정리하고, 두 시간 정도 쉬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몸이 뻐근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실감되는 순간이다.'


집으로 퇴근하는 차 안에서, 화재 상황을 대 집어봤다. 나름대로 차량을 잘 운영했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는 아쉬움이 남지 않게 조금 더 빠르게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화재도 빨리 진압되고, 직원들도 덜 고생할 테니. 거기에 내 목소리도 덜 피곤해지겠지.


하여튼 고생한 경기도 양평소방서 1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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