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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Oct 12. 2022

우울할 때는 도서관으로

오늘의 인생(20221012수)

 며칠 솔이가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어제는 수건 정리와 고양이 마루 화장실 청소로 잔소리를 듣고, 오늘은 김율과 이야기하다가  소리 내고, 짜증을 내어서 잔소리를 들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상황을 보지 않았다면 잔소리를  했을 텐데, 자꾸 보고, 듣게 되니 잔소리가 줄줄이 엮은 비엔나소시지처럼 나와 버린다.


나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집에서 쉬다가 솔에 잔소리를 한 번 하고, 산책하기 위해서 나왔다. 단지를 걸을까 하다가 ‘잔소리 많이 들은 솔’이 생각나서, 전화했다.


“아빠랑 산책하자. 도서관에 갈까?”

“네.”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솔의 손을 잡고 미사 도서관으로 향했다.


“솔아. 싫어하는 것도 이왕이면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해봐. 아빠도 소방서 15년 동안 다니기 싫었는데, 지금은 태도가 조금 변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야.”

“네”


솔이가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험담을 짧게 들려주는 사이 도서관에 도착했다. 우리는 각자 읽을 책을 찾고, 솔은 어딘가에 꽂혀 있는 ‘소방관 아빠 오늘도 근무 중’ 책을 찾아왔다. 그래도 아빠 책이 도서관에 있는 게 뿌듯한가 보다.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가 솔은 ‘명탐정 코난’과 나는 ‘심야식당’을 골라서 읽었다. 어느새 잔소리로 우울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읽고 있던 만화책이 우리의 마음을 정화해주었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심야식당 만화책 10권을 빌려서 (에코백도 없이) 손으로 들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솔과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서둘러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었다.


솔은 카페가 아쉬운지, 저녁을 먹은 후 계속 카페에 가자고 졸라 된다. 나는 허리와 머리가 아파서 다음에 가자고 했지만 계속 졸라 되는 김솔. 결국 ‘맛있는 음료수 마시기’ 쿠폰을 발행해서 솔에게 주었다. 이 쿠폰에 안심이 되었는지, 밝게 웃으며 율과 함께 축구하러 나가는 김솔이다.


참. 세 명의 아이들의 기질과 성향이 다르니, 아니 이제는 네 명이지. 다 맞추기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모자란다. 게다가 교대근무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내게는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각자의 성향에 맞춤형으로 다가가고 싶다. 이것이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육아일 것이다.


아이들의 기질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잔소리가 줄어들 것이다. ,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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