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20230428금)
몇 주 전부터 율은 4월 27일 목요일에 아이유의 주연 영화 ‘드림’을 함께 보자고 했다. 아침에 아이들 참관수업에 참석하고, 율이를 기다렸다가 스타필드에 갔다. 영화 내용이 참 좋았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많았고, 무엇보다 아이유의 연기력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그러나 팝콘은 율이가 다 먹었다.
영화가 끝난 후 양평으로 차박을 떠났다. 원래는 바다 차박이었으나 내 체력의 한계로 양평 강하면으로 차박 장소를 잡았다. 편의점에 들러서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아무도 없는 넓은 주차장에 들어섰다. 캠핑장이 아니어서 조금 무서웠다. 우리는 뒷좌석을 평평하게 만들고, 돗자리를 깐 후 침낭을 펼쳤다. 그리고 누웠다. 트렁크 창 너머로 보이는 달이 우리의 짧은 여행을 반기는 듯 우리에게 눈웃음 짓고 있었다. 그나저나,
‘과연 나는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역시 예상한 대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겨울 잠바를 챙겨갔지만 차 안은 추웠고, 허리는 아팠다. 라면 먹은 게 얹혔는지 속이 계속 안 좋았다.
‘1박 2일 차박인가? 혹한기인가?’
그러는 사이 아침이 밝았다. 내 얼굴은 어제 봤던 달처럼 부어있었다. 율은 잘 잤는지, “재밌어요!”라며 일어났다.
‘다행이다. 너라도 재미있어서.’
우리는 반대쪽으로 양서면으로 넘어가서 내가 전부터 걷고 싶었던 산책로에 도착했다. 산책로는 남한강을 낀 짧은 코스였다. 날씨도 바람도 나무도 모든 게 좋았다. 산책코스의 마지막 지점에서 누군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멀리서도 느껴졌다. 우리는 그림 그리는 작가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엇을 그리는 거예요? “
“네, 노을이요.”
“제목이 어떻게 되나요?”
”산책이요. “
”아 “
작가의 이름을 물어봤더니, ‘선수아’ 작가님이라고 한다. 5월 5일부터 스타필드의 지하 1층에서 전시회를 한단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유명 작가님이다. 역시 포스가 달랐다.
다시 산책로를 걷는데, 나뭇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마치 나와 율에게 ‘좋은 시간 되세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집에 오는 길에, 곰탕으로 아침을 먹고, 도서관에 들러서 선수아 작가님의 그림책을 빌렸다.
드디어 집 도착이다. 나는 일주일간 여행한 사람처럼 머리카락은 떡지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러나 율이 1박 2일 동안 행복해하는 모습을 봐서 피로가 싹 사라질 거로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래도 1박 2일 동안 율과 함께 데이트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멋진 아빠구먼. 오늘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