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아빠의 화요편지
소방관 아빠의 화요편지
대형 화재 현장을 보면서
어제 아침 10시 31분쯤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의 한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3동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쉬는 날이었고, 이 소식을 오후 늦게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화재는 오후 3시 10분쯤 초기 진화가 되었고, 오후 6시 30분 기분으로 사상사 수는 사망 22명, 중상 2명, 경상 6명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아마도 인명피해와 연소 확대가 우려되어 대응 2단계(2~4개 소방서 및 자원기관의 자원을 동원하여 대응하는 단계)가 바로 발령되었습니다.
쉬는 날, 이런 대형 화재 뉴스를 접하면 가슴이 철렁거립니다. 그것도 제가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에서 발생한 화재라 더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인명피해가 너무 많이 발생했는데,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이라고 합니다.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18년 동안 소방에서 일하면서 대형 화재를 많이 경험해 본 적은 없습니다. 3년 전, 이천 쿠팡 화재 때 펌프차를 운전해서 지원 출동한 경험은 있습니다. 당시 쿠팡 관계자들의 피해는 없었으나 광주소방서 구조대장님이 순직했습니다. 구조대장님은 저와 함께 근무했던 선배님으로, 그는 인명 수색을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실종돼 4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참. 이런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소방관과 관계자의 인명 피해 뉴스를 접하면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밤 9시쯤 가족과 함께 뉴스를 시청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 뉴스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오늘은 출근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화재가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는 직업을 갖은 저로서는 오늘 이 하루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까운 화재 소식을 접할 때면, 제 직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 아내의 남편이자. 네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현재의 자리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지만요.
이번 경기 화성 공장 화재로 돌아가신 피해자분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