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아빠의 화요편지
안녕하세요. 지난주에는 소제와 체력 고갈로 화요편지를 띄우지 못했네요.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늘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만만치 않네요. 그렇지만 오늘도 용기 내 편지를 보냅니다
지난 일요일에 발생한 사고입니다. 보통 주말에는 사고, 사건이 자주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날도 다른 날과 비슷하게 조용하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데, 화재 방송이 들려옵니다. 재빨리 내려가서 차에 올랐습니다. 사이렌을 울리면서 큰 도로에 진입하고, 얼마 안 되어서 무전이 들려옵니다.
"농작물 소각으로 확인. 전 차량 철수하세요."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때쯤 다시 무전이 들려옵니다.
"버스와 4중 추돌 교통사고 발생."
왠지 현장에 출동해야 할 상황 같습니다. 차를 돌려서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 사고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주말의 끝자락이어서, 사고 부근에는 차들이 많이 밀려 있었습니다. 제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2차선 도로의 가운데로 지나가기, 모세의 기적처럼 양쪽의 차들이 길을 비켜줍니다.
'역시 수준은 높구나. 선진국이야.'
시민들의 적극적인 '소방차 길 터주기'로 안전하게 사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에는 45인 버스의 출입문이 가드레일 충돌해서 개방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버스와 부딪힌 3대의 차량이 버스 앞에 있었습니다.
상황을 확인해 보니, 관할대의 팀장은 버스의 출입문 개방이 어려워서 금이 간 버스의 앞 유리창을 파괴 후 안전하게 약 40명의 승객을 구조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현장의 구급 대원들은 승객들의 몸 상태와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전문가의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저는 주변의 안전을 확인하면서, 추가로 출동한 소방차의 안내를 맡았습니다.
사고 발생 1시간이 조금 넘어서 사고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소방서에 돌아와서 차량 일지를 적으면서 예전의 경험했던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15년 전 동서울 나들목 부근에서 45인승 버스가 뒤집힌 사고에 출동했었고, 저는 30명을 소방서 버스에 태워서 분주한 가운데 인적 사항을 파악하면서 병원에 이송했었습니다. 그때 나름 잘 대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우리 대원들의 사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니, 저보다 훨씬 잘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참~ 훌륭하구나!'
소방관 18년 차인 저는 '내가 너무 전문가답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오늘 현장으로 보면서 '나 빼고 모두가 전문 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곰곰이 다시 저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맞다.
"저는 현장에서 출동 차량과 현장에 물이 잘 공급될 수 있도록 그 누구보다 무전으로 내용을 잘 전파하는 전문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