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넷 아빠의 목요편지
지난주 중학생 큰아이는 제가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불굴의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큰아이는 사춘기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픽시 자전거(기어가 고정되어 있는 자전거. 브레이크 없이 페달로 전진과 제동을 조절한다. 네이버 어학사전 참고)를 사기 위해서 집에서 지하철로 2시간 거리인 일산을 혼자 다녀왔습니다. 날씨는 비가 오락가락 내리면서 폭염에 가까운 날씨였습니다. 저는 출근 후 큰아이가 걱정되어서 실시간으로 문자를 했습니다.
‘혹시 거래하다가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다행히 일산역 1번 출구에서 자전거를 잘 구입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평일이라서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수가 없습니다. 전날 아이에게 설명해 주었지만 아이는 그냥 자전거를 타고 집까지 오겠다고 합니다.
‘60km, 4시간 구간을 아이가 잘 올 수 있을까?‘
오후 2시쯤 일산역에서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한강 자전거 도로까지 잘 타고 갈 수 있을지? 더운데 괜찮을지?’ 일산역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까지 무사히 도착했다고, 그다음부터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고 쭉 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아침에 아이에게 5천 원을 주면서 중간에 힘들면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라고 전달했습니다. 오후 3시를 넘어서 4시쯤 연락이 왔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편의점에서 쉬는 중인데, ’한강 편의점은 1+1 행사 상품이 없어서 비싸다고 합니다. 아이는 다시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서 암사동의 아이유 고개를 넘어서 오후 6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무사히 도착했다니 다행입니다. 무더운 날, 그것도 기어도 없는 자전거를 타고 4시간 넘는 거리를 온 아이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라면 못 할 일입니다.
‘너는 참 목표 지향적이면서 너만의 색깔이 있구나.’
아이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큰아이가 나름 자뻑이 있어서, 엄청 뿌듯해하면서 힘차게 페달을 밟았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불굴의 열정이 지금 파리에서 열심히 시합 중인 대한민국 선수들에게 전해줘서, 오늘도 좋은 소식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