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2화-육아휴직 19일차(일상의 피곤함이)
20250812화-육아휴직 19일차(일상의 피곤함이)
이제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일상의 피곤함. 교대 근무 때는 밤을 새우니까, 당연히 피곤했다. 3일 패턴으로 하루는 24시간, 이틀은 휴무. 쉽게 말하면, 3일 동안 하루에 8시간씩 일하니, 24시간을 하루에 모아서 일을 하는 것이다. *한 달(30일) 기준으로 10일을 일하지만 비번 날은 피곤함으로 정신을 못 차려 아무것도 못 하고, 3번째 휴무날은 그나마 덜 피곤해서 무엇인가 할 수는 있다. 절대 3교대 근무가 시간이 많지 않다. 왜? 피곤하니까.
저녁에 육아휴직 후 처음 느껴본 피곤함이 확 몰려왔다. 막내 하원 후 놀이터에서 놀고, 들어왔다. 저녁 준비하고, 막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막내에게 책을 누운 채로, 양쪽의 얼굴을 맞대고 책을 읽었다. 존 버닝햄의 대포알 심포를 시작으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트니를 읽어주었다. *존 버닝해은 영국의 그림책 작가다. 나는 아이들을 통해서 이 작가를 알게 되었고, '내 친구 커트니' 책을 제일 좋아한다. 진짜로 커트니같은 개가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우리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마루라도 이러면 정말 좋을 텐데.
"우리도 커트니처럼 저녁도 만들어주고, 놀아주고, 청소도 해주는 개가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
"(막내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커트니가 아니더라도, 밥을 차려줄 사람은 많으니까.)
진정한 피곤함은 일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의미 없는 일 때문에서 온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막내에게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했던 것 같은데, 잠이 들었다. 저녁 8시 넘어서 잠이 들었다. 침대가 아닌 거실과 부엌 사이, 냉장고 옆에서 백설 공주처럼 깊은 잠이 들었다. 막내가 베개를 갖다주었다. 눈을 떠 보니, 새벽 5시다.
'아. 그냥 일어날까. 어제 못 쓴 글이 있는데, 에이 피곤하다. 자. 자.'
어느새 막내는 내 옆에서 자고 있다. 다시 눈을 뜨니, 7시 30분이다. 산책해야 하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비가 내린다. 아내를 역까지 태워다 줬다. 땀 냄새가 진동하는 막내는 샤워를 안 하겠다면 버티고 있다. 이럴 때는 '매가 약인데.' 간신히 샤워를 시켰다. 잠깐 준비하는 동안 막내는 형 방에서 과자를 가져와 와그작 씹어 먹는다.
"야. 그거 너 먹으면 안 되는 과자야? 어디서 가져온 거야?"
등짝 스매싱과 함께 괴성을 질렀다. 도대체 막내는 어디서 과자 냄새를 잘 맡고, 쏜살같이 달려가서 과자를 가져와 먹는 거지. 이 세상에 내려온 지 이 35개월 27일째 되는 너는, 어디서 이런 고급 기술을 연마했는지 모르겠다. 곧 너의 생일인데, 생일 선물 없다.
아침 등원은 비가 내리기에, 우비와 우산 그리고 장화다. 막내는 현관에서 장화를 신고, 준비 중이다. 도대체 노란색 우비가 보이지 않는다. 이곳저곳을 다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아내에게 전화를 할까 고민하다가, 막내의 옷장 맨 밑 서랍에서 찾았다. 정신없다. 완전 무장한 막내는, 비속에 뛰어든다. 이제 무서울 게 없다. 마치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듯, 얕은 물웅덩이를 첨벙첨벙 지나간다. 죽은 지렁이를 발견했는지, 한참을 서 있다가 나를 부른다.
"아빠, 지렁이가 죽었어요?"
"아. 그거 지렁이가 아니라 그냥 나뭇잎이야."
다시 어린이집을 향해서 늠름하게 전진한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주차장 횡단보도를 또 건넜다. 드디어 어린이집이다. 아침 9시다. 조금 더 빨리 서둘러야겠다. 계속 늘어진다.
'막내야, 즐거운 시간 보내거라. 행복한 시간 되거라. 어린이집이 아빠에게 쉼을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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