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육아휴직 일기

20250905(금)-육아휴직 42일차(너에게 우유는)

by 치치


20250905(금)-육아휴직 42일차(너에게 우유는)


새벽에 두 번 정도 깼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창문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처럼 머리가 상쾌하지는 않다. 어젯밤 10시에 꿈나라로 갔는데 불구하고. '다시 6시에 일어나서 자전거 타야 하는데.'


내 마음이 상쾌하지 않아서 그런가, 아이들의 아침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 분명히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이불을 개는 사람이 성공한다.' 각자 알아서 아침을 챙겨 먹는 쌍둥이에게 한 마디씩 했다.


"팀플레이하자. 성공해야지."


그나마 말을 조금 듣지만, 하나씩 꼭 남겨 놓는다.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그럼 내가 하니?'


큰아이가 자기방에서 우유를 마신 컵을 갖고 나온다. 컵을 보니, 우유가 1/3이 남았다. 우리 집에서 우유를 가장 많이 마시는 큰아이다. (쌍둥이가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하는데, 참.)


"우유를 남기면 어떡해? 남은 것 다 마셔?"

"양치해서"

"처음부터 먹을 만큼만 따르던지."

"......."

"마셔. 아깝잖아."


(나를 쳐다보면서) 우유가 남은 컵을 갖고 자기방으로 간다.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안 든다. '야, 이 BABY야.'라고 말하고 싶은데, 목구멍이 아니라 혀까지 올라 찼다가 참았다. 혼자 샤워하면서 욕을 했다. '도대체 누구 돈으로 우유를 사는 건데? 그럼 먹을 만치가 마시던지?' 화딱지가 났다. 아무 말도 못 하는, 아니 안 하는 내가 싫었다. 싫은 소리도 잔소리도 당당히 하는 아빠이고 싶은데. 아침에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로 기분 나쁘게 등교를 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기에.


막내를 등원시키고, 산책 삼아 단지를 걸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이 삼삼오오 등교한다. ;이 아들은 아침에 기분 좋게 나왔을끼?' 어제 '나를 향해 걷은 열 걸음 by 최진석' 의 '걸리버 여행기'를 정리했다. '좋은 어른이 되자'라고 결심했는데, 어제의 결심이 하루를 못 간다.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


내 생각에는 좋은 어른은 그냥 남보다 조금 더 기다려주는 사람 아닐까. 그 기다림이 상당한 인내를 동반하겠지만. 좋은 어른으로 가는 길은 멀고다 멀구나. 그래도 아침에 아이들이 기분 나쁘게 등교 안 했으니, 좋은 어른의 1cm 정도 다가서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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