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2(일)-육아휴직 100일차(새로운 시작은)
지난달부터 교회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목사님의 권유로 얼떨결에 방송부에 들어갔다. 방송부에서 내 업무는 주일 예배 때 카메라를 조정하는 일이다. 고등학교 때 학교 방송부에 지원했다가 (사실은 반장으로 뽑혀서 방송부를 포기한 것이지만) 떨어진 적이 있었다. 교회에서 학생부 때는 방송담당하는 나름대로 전문가 다운 엔지니어? 친구들이 있어서, 방송실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방송과는 담을 쌓고 있던 내가 방송실에서 카메라를 맡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게다가 이 교회에 출석한 지 3년이 넘어서 첫 봉사다. 사실 조금 귀찮긴 하다. 다시 배워야 하고, 괜히 카메라 조정을 잘 못해서 방송 사고라도 나면~~ 죽음인가?
9월부터 방송실에서 출입하고 있다. 수습 기간을 거쳐서, 지난주와 이번 주는 혼자 카메라 조정을 했다. 지난주에는 마지막 장면에서 조금 실수가 있었다. 오늘은 실수 없이 완벽하게 잘 해야지? 마음을 먹고, 1시간 정도 일찍 교회에 도착했다.
매달 첫째는 성찬식이다. 복병이 생겼다. 성찬식은 PIP(화면 속의 화면)을 넣고, 카메라의 각도 조절도 다시 해야 한다. 처음이다. 긴장된다. 다행히 방송실 팀장님의 도움으로 리허설은 마쳤다.
'죽기야 하겠나, 주님이 도와주시겠지!'
예배가 시작되었다. 처음은 좋다. 대표 기도 시간에 카메라를 너무 빨리 돌려버렸다. 첫 번째 실수다. 목사님 설교가 끝났다. 목사님 설교 시간에는 그다지 크게 할 일은 없다. 이제 찬양이 끝나면, 성찬식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런데, 배가 슬슬 아프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참아야 하는가?'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신호가 온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밖에 있던 팀장님께 부탁하고, 급 화장실로 달려갔다. 편하게 볼 일을 봤다. 다시 방송실에 복귀해서 카메라를 잡았다. 팀장님이 옆에서 잘 도와줘서 성찬식을 잘 끝냈다. 이제 마지막 목사님 축도만 잘 마무리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데 자막을 빨리 넣고, 화면을 넘기다가 자막과 화면이 겹치고 말았다.
오늘 실수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다른 분이 엄지 척을 해줬지만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아내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급똥으로 화장실에 간 이야기까지. 교회 가기 전에 소화제와 효소를 먹지 말았어야 했다. 이 두 개의 약이 동시에 반응해서 배가 아프고, 화장실까지 갔던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이제는 방송을 몇 번 해봐서, '잘할 수 있다'라는 설렘과 동시에 돌발 상황에서 순발력이 느려져서 대처하기 어려워질 때는 불안함이 함께 다가온다. 물론 경험도 부족하고.
아마도 새로운 일? 이직?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 오늘과 같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왜일까? 뭘까? 무엇이 나를 살아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일까?
육아휴직 100일 차. 지금부터는 막내의 육아 + 육아(나를 키우는) 도 병행해야겠다. 나를 다시 발견하고,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을 찾다 보면 지금보다 더 살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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