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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Nov 17. 2021

새벽에 아이들과 축구 중계를 본다는 것은

오늘의 인생(20211117수)

저번  UAE 우리나라의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에서 우리나라가 승리했다. 처음부터 골대를 맞혀서 질까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이겼다. 아이들은 그때부터 이라크와 우리나라의 경기를  빠지기 기다려왔다.


아이들은 거실 달력에 큼지막하게 표시를 해놓고, 축구 대표팀 승리를 기원하며 매일 쓰레기장 옆 배드민턴장에서 축구 연습을 했다.  그러나 새벽 00시에 축구가 시작한다. 과연 아이들은 축구 경기를 끝까지 볼 수 있을까?


하여튼 아이들이 좋아하니, 새벽 축구 중계를 같이 보기로 했다. 대신 아이들과 약속을 하나 했다. 내일 아침에 등교와 줌 수업이니, 늦잠 자기 없기로 말이다.


저녁을 먹고, 지인이 선물해 준 닭다리를 하나씩 뜯었다. 이제 00시에 축구만 보면 된다. 온유는 흔들의자에, 솔은 식탁 의자에, 율은 바닥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00시에 킥오프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대표팀 축구 실력이 첫 경기보다는 많이 올라온 것 같다. 손발도 잘 맞아떨어진다.


전반 30분경에 이재성 선수가 첫 골을 넣었다. 우리 모두 기뻐하는데, 바닥 의자에 앉아 있는 율이가 조용하다. 이미 누워서 자고 있다. 전반전이 끝났다. 내 앞에 앉아있던 솔이가 의자 두 개를 붙이더니, 잠바를 입고 눕는다. 그리고 바로 레드 썬~


다시 후반전 시작이다. 손흥민 선수가 한 골, 정우영 선수가 한 골을 더 넣어서 3:0으로 우리나라가 이겼다. 나와 온유는 끝까지 남아서 경기를 다 봤다. 우리의 눈은 이미 반쯤 감겼다. 나는 아이들을 깨워서 방에 보내고, 식탁의 치킨 흔적들을 치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7시 30분이다. 온유는 일찍 일어나서 등교 준비를 마쳤고, 이어서 솔과 율도 일어났다. 대단하다. 나만 침대에 있다. 아침은 셀프로 알아서~


새벽 축구 중계를 함께 본다는 것은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이 컸다. 대신 나는 나이 들었다. 사실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졸음을 참았다. 잘했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발전하면 좋겠다. 무엇이든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실패할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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