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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Nov 22. 2021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오늘의 인생(20211122월)

토요일  11. 아침 퇴근하자마자(쉬지도 못하고) 쌍둥이와 축구하고 왔더니 비몽사몽이다. 잠이 쉬이 들지 않는다. 잠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러 거실에 나갔다.


'어, 쌍둥이 방에서 파란 불빛이 새어 나온다. 뭐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솔과 율이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니 깜짝 놀라서 노트북을 끄지도 못 하고 자는 척하다가 딱 걸렸다. 헐~


"너희 뭐 하는 거냐"

"....."

"거실로 나와라. 아빠 엄청나게 화났다. 지금"

"....."


온유 포함 세 아이의 노트북 인터넷 검색 기록을 확인했다. 그나마 온유는 줌 수업 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흔적이 보이나 솔과 율은 유튜브를 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를 더 까무러치게 했던 것은 솔의 노트북이었다. 아침마다 늦게 일어나는 솔이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엄마, 아빠가 방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본 것이다. 그것도 자정이 넘도록 말이다.


'충격이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를 배신하다니'


아이들의 게임 시간은(하루 50분 /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아직 없다) 평화적인 가족회의를 통해서 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잘 못 된 판단이었다. 이 순간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렵다. 두 주먹을 불끈 줬다. 그러나...


'나도 밤늦게 스마트폰 보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했을까? 그래도 서로 약속했잖아'


우선 아이들 방에 노트북을 놓아둔 것이 가장 큰 실수다. 너무 믿었다. 저녁에 아이들과 축구하고 집에 도착해서 혜경스와 이런 대화를 나눴었는데.


"참. 맞벌이 부모의 아이에게 공부를 잘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힘든 일이겠지?"

"공부를 잘하길 바랬어.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하는 것 아닌가."


다음 날 일요일이나 당직이다. 아침 출근길에 머릿속이 하얗다.


'과연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인가? 서로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만큼 비참한 게 없네'


당분간 아이들 얼굴을 보기 싫어졌다. 여태까지 엄마, 아빠가 출근 후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방마다 CCTV를 설치해야 하나' 고민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던데. 결국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나를 보고 배웠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괴감이  든다. 아내와 ,    명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 인생은 끝없는 숙제의 연속이다.  숙제도 풀기 힘든데, 자녀의 숙제도 고민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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