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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남매맘 딤섬 Dec 22. 2022

38살 나의 연말을 계획하다

그냥 나의 이야기

20살 때 부터 크게 연말이라고 먼가 한 기억이 없다. 친구들과 모여서 수다를 떨고, 부모님과 해뜨는걸 보러가거나 맛있는걸 해먹었었다. 그래도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당시에는 친구들도 많았었다. 그때 활발했던 내가 ...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랬었지' 라고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일을 시작해도 내 일상은 크게 변화지 않았었다. 출근과 퇴근은 하지만 친구들을 만났고 우리는 수다를 떨었다. 낯가림이 심하고 사교적인 편이 아니라 친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즐거웠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나는 없다. 깔깔 거리며 자지러지게 웃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하던 나는 이제 없다.

여전히 낯가림이 심하고 사교적이지 않아서 아이들 또래 친구 엄마도 사귀지 못했다. 코로나로 아쉽다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요즘에는 .. 좀 아쉽다. 큰아이나 둘째아이 또래 친구 엄마를 알고 지냈으면 어땟을까? 


첫째를 낳았을 때만해도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었었다. 그때 나는 왜그렇게 힘이 들었을까? 일도 그만둔 상태였고 출산으로 망가진 몸을 이끌고 누군가를 만나기엔..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출산 후 운동도 하고 복직도 하면서 당당한 엄마들도 많은데 그때 나는 왜그랬을까? 나는 하염없이 작아 있었다. (지금도 한번씩 한없이 바닥으로 내려간다)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었고 늘 "못 갈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거절을 몇번 하다 보니 어느새 연락이 뚝 끊겨 버렸다. 만나지 않으니 친구들도 멀어졌다.  

코로나로 3년 넘게 거침없이 지내왔다.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내 주위는 더 조용해져 갔다. 맥주 한잔 하고 싶어도 부를 사람이 없다. 이게 육아맘은 아닐텐데.. 그냥 내 성격인것 같다.



38살의 나

얼마전 28살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세 나는 38살이 되어 있다. 28살때 사춘기 소녀마냥 방황의 시기가 와서 많이 힘들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도 많았었다. 그 시기에 멈춰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사이 결혼을 하고 네아이를 낳았다. 멋진 커리어 우먼을 생각했었는데 38살의 나는 네아이의 엄마이고 자존감이 바닥과 하이파이브를 하기 직전까지 내려가 있다. 내가 상상하던 38살의 나와 현실의 내가 마주했을 때 느낌은 생각보다 별로다. 그런데 그걸 나만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모드걸 완벽하게 하고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따라주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년초에 많은 것을 계획했었다. 막내 어린이집에서 입소 연락이 안오면서 모든게 틀어졌다. 나는 한해동안 막내 육아를 했다. 그렇게 한해를 보내고 나니 먼가 허무해졌다. 2023년도의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아직도 막내의 어린이집 입소 연락이 안오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낯가림도 심하고 소심한 성격탓인지 어린이집 엄마들과도 친분을 쌓지 못했다. 네아이를 키우지만 친한 친구 엄마가 없다. 그러다보니 친구와의 교류도 없고 동네엄마와의 교류도 없다. 활발하게 사회생활과 모임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울때도 많다.

정신없이 지내오다가 여유가 생긴걸까? 

38살 나의 연말을 계획한다

  


계획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벌써 연말 모임을 2번이나 다녀왔다. 셋째 조동 언니와 맥주도 한잔 했다. 올 중순까지만 생각하면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올 연말에 하고 있다. 막내를 하루종일 본다는게 쉽지 않아서 집에만 있었었다. 다들 힘들어서 나간다고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집에 있는게 편하다. 그러다보니 더 사람만날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랬떤 내가 올 연말은 풍성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쭉 그러고 싶다) 난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님을 육아를 하면서 깨달았다.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난 집순이고 집에 있는게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1년에 2~3번 정도의 여행가면 힐링도 되고 딱이었다.  아이를 낳고 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 평일에 친구들을 자주 만났었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었고 수업이 없는 날에는 커피숍에 가서 수다도 떨었었다. 일할 때도 친구들과 자주 만났었다. 타지에서 일할 때는 외로워서 더 자주 지인들과 만나서 놀았던 것 같다. 근데 그때는 깨닫지 못했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랬었지... 그랬었지...


이젠 즐겁게 지내고 싶다 지인들도 만나고 날 위한 시간도 가지고 싶다. 올 연말이 그 시작인 것 같다. 많은 활동을 하는 육아맘들처럼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갑자기 사교성이 막 좋아져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엄마들과 인사하며 친하게 지낼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볼 생각이다 "38살 연말을 즐겨보기로 했다" 연말이라고 많은 모임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가족과 함께 연말여행을 떠나고 마지막날 해뜨는것 보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연말 계획을 세울수록 설레인다. 


.

더이상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육아를 하는 10년동안 나는 나에게 결핍된 모든것들을 다른사람을 보며 부러워했었다. 분야도 다양하게 부러워해왔었다. 참 나도 할일이 없었나?? 이제는 나의 계획들을 하나씩 세워본다. 

올 연말은 1월까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1월은 새해인데... ㅎㅎ

 


38살 나의 연말을 하나씩 잘 보내고 있다. 친한 셋쨰 조동언니들과 맥주 한잔도 해볼 생각이다. 아이들과 연말파티도 해보고 싶다. 어느새 연말의 반이상이 지나온 시점이라 이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새해 계획도 세워보려고 한다. 아이들 이야기가 적힌 계획이 아니라 내 계획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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