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매맘 일탈 여행
혼자 떠나는 여행을 꿈꾸다
20대 때는 혼자 여행을 떠날 수 있었는데도 떠나지 않았다. 혼자라는 두려움과 어색함이 있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나는 혼자라는 게 두려웠다. 그런 나였다. 처음부터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다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때가 아쉽다)
"혼자 커피 한잔 마시고 오고 싶다"
"그렇게 해"
그냥 말한 건데 신랑이 다녀오라고 했다. 친구들을 만나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 혼자서 그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아이가 두명일 때는 신랑이 아이들을 종종 봐줘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왔다. 그때부터였다. 힘들어할 때마다 신랑이 혼자 커피를 마시거나 쇼핑을 할 수 있게 시간을 주었다. 오로지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3~4시간 보냈다. 서점에서 멍 때리기를 하다가 들어가기도 하고 만화방 가서 보고 싶었던 만화책을 보고 들어가기도 했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맞춰주고 먼가 한다는 게 나에게 '힘듬'으로 다가왔다. 이 시간만큼은 나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외출은 중단 되었다. 넷째를 임신하면서 더 힘들어졌다. 내 시간은 1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할 수 없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풀려고 해도 풀 수가 없었고 속으로 삭히기 시작했다. 곪고 곪아서 이제는 잠시 외출로는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와도 무엇을 해도 머리가 아프고 힘들었다. 잠을 자고 또 자도 피곤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다
"혼자 호캉스를 다녀와보는 건 어때?"
신랑이 먼저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허허허 웃기만 했다. 그게 가능할까? 늘 그렇듯 나는 걱정부터 했다. 혼자 호캉스를 간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 두려웠다. 이리저리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 실행하기엔 쉽지 않았다. 신랑은 그냥 가면 되지 멀 다 신경 쓰냐고 하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내가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 힘들어하고 있으니 '그냥 아애 여행을 떠나라'라고 먼저 이야기해 준 것도 신랑이었다. 막상 계획을 짜주거나 예약해 주는 건 아니지만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로 고마웠다. 확실히 나는 그 사이 많이 지쳐있었다. 내 몸은 휴식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쉼표가 하나 필요한 시점이 와버렸다.
'혼자떠나는 여행' 나에게는 막막대해를 떠도는 그런 단어였다. 단어는 아는데 내손에 잡히지 않았다. 계속 고민만 했다. 날짜는 언제? 어디로? 먼가 하나도 내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아이 넷을 키우며 코로나로 가정보육에 온갖 고생을 다하고 나니 혼자 떠나는 여행이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혼자 조용히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20대 때 내가 이 마인드였다면 정말 많은 곳을 다닐 수 있었을 텐데..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 텐데.. 이런 생각에 아쉬움도 많았다. 지금의 나이기에 가질 수 있는 생각이겠지? 이제는 혼자서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오라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20대 때보다 용기가 생긴 것도 아니고 영어실력이 늘은 것도 아니고 변한 건 전혀 없다. 단지 네 아이를 키웠고 그동안 많은 것들을 가슴에 품고 화를 누르며 살아왔다. 그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신랑에게 언제 여행 가면 좋을지 물어봤다. 짜증을 내거나 머라 할 줄 알았는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장난처럼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토요일 아침에 가서 일요일 하원 전에 돌아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 먼가 손가락 사이에 걸려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먼지 모르겠지만 꽉 잡으면 잡힐 것 같았다. 떠날 장소는 '제주도'로 정해두었다.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는 기분을 느끼며 여행하고 싶었고 해외보다는 국내가 좋다고 생각했다. 여수랑 제주도를 고민하다가 이번 가족여행에서 '함덕'이랑 '우도'를 가지 못해서 바다를 보며 놀멍쉬멍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자고 싶을 때까지 잠을 자고 싶었고, 아침 겸 점심으로 밥 한 끼를 먹고 시간제약 없이 그냥 쉬어가며 예쁜 커피숍 보이면 커피 한잔 마시고 싶었다. 그걸 내 여행의 목표로 잡았다. (막상 계획은 빈틈없이 자고 있다 ㅠㅠ 트리플 J형)
떠날 생각을 하니, 걱정도 많다 막내 약도 먹여야 하고 아이들 빨래도 매일 돌려야 하고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은데 다 어쩌지? 신랑이 1박 2일 꼬박 네 아이를 다 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됫다. 아직 떠난 것도 아니고 디데이를 세고 있는 것도 아닌데 먼 미래의 쓸데없는 일들을 걱정하고 있다. 넷째를 낳으러 갈 때도 그랬다. 내 걱정이 태산인데 세 아이와 신랑을 걱정을 했다. 만삭의 배를 하고 아이들 챙겨야 할 거 이것저것 다 적어두고, 병원에서 수술통증과 젖몸살을 하면서도 카톡으로 이것저것 체크하면서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이 걱정을 떨쳐내지 않으면 놀멍쉬멍하는 여행이 되지 못할 것 같다 계속 아이들 체크하고 신랑에게 이야기하며 여행을 할 것 같다. 그러면 이번 여행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다
"나 비행기 예매해도 돼?"
"(이 날짜) 어때?"
떠나는 날짜를 가지고 신랑을 귀찮게 했다. 그냥 예매해도 되는데 [허락]이라는 게 받고 싶었다. 누가 확실히 말해주지 않으면 불안했다. 혼자 여행하는 게 처음이라 혼자 정하는 게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 다 같이 떠나도 혼자 예약하고 일정을 잡아 왔는데,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것 자체가 나에게 쉽지가 않았다. 머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떠나면 기분도 좋고 시원할 것 같은데 예약부터 힘들었다. 비행기 예매는 시작되었는데 나는 선 듯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주말 비행기표는 가격이 비싸서 어떻게 하지? 고민하고 있는데 신랑이 "월~화로 가도 괜찮아"라고 해주었다. 신랑은 계속 나에게 떠나라고 말해주고 있는데 나는 머가 불안한지 '될까? 가도 되는 걸까?' 계속 고민했다. 사 남매의 엄마의 첫 일탈이다. 10년 만에 나 스스로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기상을 하고 먹고 싶을 때 음식을 먹고 갈 곳을 선택할 수 있다. "그냥 예매해" 신랑이 훅 들어왔다. 나는 놀래서 일~화로 비행기를 예매했다. 먼가 시작점은 늘 신랑이 먼저 끊어주는 것 같다.
나의 혼자 떠나는 여행인데도 신랑의 소리에 놀래서 비행기 예매를 했다
"나 이렇게 예매했는데 괜찮아?"
"응 괜찮아 월요일에 연차 쓰면 되지? 다녀와"
나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신랑은 간단했다. 드디어 여행날짜가 정해졌다. 며칠간은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혼자 여행이라니... 현실화되자 멍해졌다
숙소는 어디로?
나는 목적이 뚜렷한 걸 좋아한다 '바다 보러 떠나는 여행' '동백꽃과 귤 따러 가는 여행' 등 먼가 여행의 계절과 목적이 뚜렷한 걸 좋아한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날짜를 잡고 이렇게 멍하니 먼가 정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숙소를 어디로 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전혀 모르겠다 어디를 어떻게 둘러봐야 할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멀 봐야 하지? 뭘 해야 하지? 점점 더 많은 질문을 나에게 하고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게스트 하우스도 좋고 바닷가 앞 작은 호텔도 좋아 보였다. 조용히 혼자서 아무 생각 없이 떠나고 싶은 여행이라 가성비 좋은 호텔도 좋고, 아이들 없이 가는 거니깐 방도 예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박 2일 같은 2박 3일이라 숙소 이동 없이 한 군데만 가려고 하니 고민이 됐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먼저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볼까? 검색을 하는데 맛집이 80%였다. 아이들이 있어서 가보지 못했던 노키즈존 카페, 아이들이 먹지 못해서 못 가봤던 식당들, 술집들 다 체크리스트에 넣었다. 그러다 보니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있어서 안 가본 곳으로 위치를 잡았다 [함덕] 함덕에는 맛집들이 많았다. 다음에 또 혼자 제주도에 올 수 있지 않을까? 고민도 많았지만, 다시 제주도 오고 싶게 여운을 남기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꼭 또 와야지) 계획을 짜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비가 와도 바람이 많이 불어도 즐거울 것 같다. 비바람이 불어도 제주도를 즐길 수 있는 숙소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닷가 앞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1순위였다. 바다뷰 숙소는 혼자 가기에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게스트하우스도 생각했지만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고 나에게 집중하고 싶어서 가고 싶었던 게스트 하우스들은 다음에 가기로 했다. 제주도 갔는데 바다뷰일 필요가 있을까? 바닷가 앞이면 비가 와도 앞에 나가서 멍하니 바다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바닷가 앞 (뷰는 아니지만) 저렴한 숙소로 예약을 했다.
숙소까지 예약하고 나니 꿈이 현실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꿈을 현실로
여행 준비를 시작하자마자 설레기 시작했다. 혼자서 강릉도 가보고 싶어 졌고 군산도 가보고 싶어졌다. 마음이 들떠일까? 혼자서 김칫국 원샷을 하고 있다. 혼자 여행 가서 밥은 잘 챙겨 먹을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계획표에 흑돼지집부터 맛집들을 다 체크해 두었다 혼밥 마스터 하고 올 기세로 일정을 짜고 있다. 혼자 커피숍은 자주 다녔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 보고 싶던 바다도 실컨보고 우도도 들어가고 싶다. 어차피 다하지 못할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뺄 건 빼가면서 촘촘하게 일정을 짜다가도, 자유롭게 여행을 해야지 하면서 손 놓았다가 일정 없이 다 못 먹고 못 보면 어쩌지 하면서 다시 일정을 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에게 생긴 좋은 변화는 이제 일정이 틀어져도 화가 나지 않는다. 처두철미한 성격도 아니면서 먼가 일정과 계획을 세웠을 때 틀어지면 화가 많이 났었다. 신랑이 그것 때문에 좀 힘들어하기도 했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가 원하는 데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았다. 일정은 일정일 뿐이었다. 수시로 고쳐가며 상황 맞차가며 다녔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나도 내성이 생겼다. 맛집에 들리지도 못해도 '다음에 또 오면 돼..' '다음에 먹을 수 있어' 가고 싶었던 곳에 가지 못해도 '다음에 또 오지 머' 편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는 게 어디야' '아이들과 여길 올 수 있다니' 계획한 게 틀어지는 게 싫어서 가지 못하고 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후회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막연하게 꿈꾸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했는데 혼자 여행이 첫 도전이 될 것 같다. 이런 것들도 해본 사람이 해본다고 하는데.. 이제 시작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