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의 이야기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먼가 하나 먹을까?"
"가볍게 머 하나 먹어보자"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 먼가 먹어두지 않으면 어중간하게 배가고플 것 같았다. 마침 입도 심심해서 조금만 먹어보기로 했다. 작은 롤케익 한조각과 견과류를 꺼내들었다. '입이 심심할 때는 견과류지' 라는 생각에 종류도 다양하게 접시에 올렸다. 커피한잔이 있으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컵에 얼음을 잔득 넣고 커피 넣고 우유도 부었다. 우유를 넣은 부러운 커피 한모금은 최고였다.
"머야 다먹었네?"
케익 한조각은 작았고 견과류들은 내 입가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먼가 먹고 싶었다!!
"케익이 얼마나 남아 있지?"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4조각 정도 보였다. '이거 다먹으면 한끼려나? 넘으려나?' 생각과 몸은 따로 움직였다. 케익을 먹으면서 남은 조각들을 접시에 올렸다. 한조각 먹고 나니 그다음조각은 입속으로 술술 들어왔다. 세상에 입맛없는 날이 없는 것 같다. 한번 입에 들어오는게 어렵지 한번 들어오면 그뒤는 숙숙~ 들어오는 것 같다.
케익을 다먹고도 먼가 아쉬워서 핫도그를 데웠다. 배부르니깐 천천히 먹어도 되는데 순식간에 다 먹어 버렸다. 여전히 내 입은 심심하다 배가 부르니깐 더 이상 먹지는 않았지만 '내가 배가 고팟던가? 별로 배고프지 않았는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다음은 멀 먹지?'생각을 자연스럽게 이어서 했다. 배가 부른데 다음 먹는 생각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처음 한입이 어렵지 그다음은 고민없이 먹게 된다.
늘 처음이 어려운 것 같다
나는 그 처음 스타트를 잘 끊지 못한다 한번 하면 우르르 하는데 그 시작을 하는게 참 어렵다. 그중 하나가 운전이다 운전은 늘 첫 운전대 잡는게 어렵다.
"오늘은 또 어떻게 운전하지? . 차 많이 막히면 어쩌지? 사고나면 어쩌지?" 온갖 걱정을 다하면서 운전대를 잡는다. 정규 속도를 지켜가며 몇년째 잘 운전하고 있다 (내 삶에 과속은 없다 ㅠㅠ) 두려워하면서도 막상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시작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 떄까지 잘 하고 돌아온다. 운전은 내가 잘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나는 것도 아니고 위험한 변수가 많아서 늘 할 때마다 긴장하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 이처럼 난 늘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 시작점까지 힘들어 한다. 성격인것 같은데 그 틀을 깨는게 쉽지가 않다
먼가 시작해야 하는데 선택을 하지 못하고 갈팡 질팡할 때 신랑에게 주절 주절 이야기를 한다. 그냥 탁탁 시작해보면 되는데 후회를 하든 멀 하든 해보면 되는데 나는 그게 쉽지가 않다
"아 시작하는게 어렵다"
"한번이 어렵지 한번 하면 그다음은 잘하잖아"
과연 내가 잘 하는걸까? 시작전 고민도 많고 쉽게 내딛지 못한다. 내 딛으면 곧잘 앞으로는 가지만 그게 '잘한다'는 아니다. 시작하는 것마다 잘하고 잘됫으면 나는 거침없이 시작했을 것이다. 실패하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도있는 것 같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도 있는 것 같다. 그걸 이기고 늘 새로운것에 도전하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 '부럽다' 이런기분이든다. 같은 삶인데 누군가는 저렇게 열심히 빛을 내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데 나는 도전조차 해보지 못하다니 자책을 한다. 그 자책을 하면서도 쉽기 [한걸음]을 내걷지 못한다. 참 힘든 성격인것 같다.
별로 생각없었던 음식을 한입 먹을까?에도 나는 고민을 한다 먼가 먹고 싶지 않았지만 한입 먹는 순간 계속 먹게 된다. 다 먹고 나서 "아 잘먹었다"가 아니라 "아 먹어버렸네"라고 말한다. 밝은 성격이 아닌건 알지만 늘 부정적인 시선이 깔려 있다. 처음 시작이 어려운건 그런 내 성격 때문이다. 한입이 어렵지 그 뒤에는 잘 해쳐나가는 편이다. 잘되든 안되던 끝을 보고 싶은데 30대 이후 그것마저 멈춰버렸다. 시작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굳은 다짐과 결심까지 동원해서 시작을 했는데 시작하기 무섭게 멈춰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경험한건 임신이었다. 20대부터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오던 일이 임신으로 [STOP] 되었다 그렇게 10년째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가씨때부터 옷 만들기랑 리본 만들기를 배워보고 싶었었다. 내 옷을 내가 만들어 입는 꿈이 있었다. 처음으로 미싱을 배워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첫걸음도 쉽지 않았다 어디서 배우지? 할 수 있을까? 난 미싱도 없는데? 터무니 없는 고민을 많이 했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안되겠다 싶어서 동네 마트에 있는 문화센터에 갔다. [홈패션]이 있어서 등록을 했다. 처음으로 옷 본을 가지고 옷을 만들었다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 자격증도 따보고 싶다~ 옷본도 내가 마음껏 그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꿈을 가게지게 되었고 매 시간이 즐거웠었다. 그것을 멈추게 한건 건강이었다. 아이를 낳고 몸을 챙기지 못한걸까? 건강이 나빠져있는데다가 코로나가 국내에 들어왔고 나는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 들여서 시작했는데 끝은 금방 찾아왔다.
몇번 그러고 나니깐 왜 시작하지? 어차피 멈추게 될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멈춰 있었다. 그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사춘기가 와야 하는 시기에 사춘기 대신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닥쳤다. 혼자 있는게 싫었는데 혼자 있어야 했다 그 3년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그이후로 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한참 공부도 하고 반항도 하고 진로도 고민하고 해야하는데 하지 못했다. 자식에게 부모가 얼마나 큰 존재고 사랑을 줘야 하는 사람인지를 이때 깨달았다. 가만히 있었던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뒤로 나는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더 밝아 보이려고 노력했다. (이건 노력으로 되는게 아니란걸 1년만에 꺠달았다) 먼가 계속 해야 했다. 새로운걸 배우고 하는게 재미있었다. 20대 중반이었던 나는 뒤늦게 그걸 깨달았다. 그러다가 20대 후반에 사춘기가 왔다. 사춘기라는게 왜 청소년시기에 오는지 알았다. 20대 후반의 나는 질풍노도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픈 순간에도 먼가 하려고 노력했다. 아이가 낮잠 자는 틈에라도 먼가 해야 했다. 나는 그런사람이었다
코로나로 나는 집에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여행을 갈구하고 좋아하는구나를 30대후반에 알게 되었다. (이렇게 늦게?) 느낌은 19살 아이가 대학을 정하고 진로를 선택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환경들이 내가 멀 원하는지 머가 하고 싶은지 알게 해주고 있다.
현실은 아이가 네명이고 나는 경력이 단절된지 10년차다. 내가 좋아한다고 도전하고 나가기에는 감당해야할 무게가 많다. 한걸음 내 딛어도 괜찮은걸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한번 해봐 난 니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신랑의 응원에도 나는 쉽게 내딛지 못한다. 나는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생각을 안할레야 안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있고 책임져야할 많은 것들이 있다. 시간적인 제약도 많다. 20대처럼 내세상인마냥 시간제약도 공간제약도 없이 마음껏 먼가를 할수가 없다. 그때 그시절이 그리우면서도 그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내온 시간이 즐거운 시간들로 가득차 있기만 하다면 돌아가도 좋겠지만 힘든 순간들이 더 많았다 어떻게 버텼지? 이꽉 깨물고 비틴 순간도 있었다.
'그래 한발자국 내 딛을 수 있는 것 부터 해보자'
10년 뒤 내가 날 후회할 것 같다 한 걸음밖에 못걷는다고 해도 걸어본것과 걸어보지도 못한건 다르다. 먹는것 처럼 간단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없이 먹다보니 음식이 사라지는 것 처럼 앞으로 착착 걸어나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한걸음이 참 어려운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운건 나만 그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