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남매맘 딤섬 Aug 23. 2023

몇년만에 맥주집이지?

사남매맘 이야기

"맥주집 한번 가요!!"

"맥주집??"

"맥주 한잔해요~"

우리가 맥주집에 가게된 계기는 별거 없었다. 코로나로...아이들 입학으로...출산으로 ... 만나지 못하다가 서로 시간을 내서 보기로 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시간을 냈다.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 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얼마만인가!! 지금 기회를 놓치면 또 몇달을 못 볼 것 같았다. 


우리는 오후에 만나서 맥주 한잔을 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서로 자주 만나서 놀고 이야기도 많이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거리도 멀어지고 코로나로 오랜 시간 보지 않았었다. 시간이 될 때마다 만나서 커피 한잔하고 헤어지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 나는 못보던 사이 두아이가 더 생겼고 서로 시간 맞추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보자 이번에는 우리 꼭 보자" 


"이번 주말 어때?"

"4시에보는건 어때? 5시면 괜찮을까??"

서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일 시간 맞추기 힘든 사람이 나였는데 신랑이 사남매를 봐준다고 해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얼마만에 보는거지?? 약속을 잡는 그날부터 나는 두근거렸다. 즐거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좋았고 또 함께 수다를 떨며 맥주 한잔을 하는 것도 좋았다. 

임신, 출산, 코로나로 5년 정도 맥주를 마시러 나가본적이 없었다. 집에서 저녁이나 육퇴후 한두잔 하는거면 몰라도 딱히 마셔본 기억이 없었을 때 였다. 아 진짜 술집에 가본게 언제지? 술집에 가서 맥주 마셔본게 언제지?



20살때 부터였던 것 같다.

시끌 벅적하고 안주 마구 나오고 헌팅도 하는 술집은 싫었었다.나는 그냥 조용히 이야기 나누며 간단한 안주에 맥주 마시는 걸 좋아했다. 맛있는 메뉴에 술 1~2잔 마시는 것이 좋았다.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 먹으며 술한두잔 마시기도 했지만 작은 맥주집이 유행이었다. XX비어 라는 이름이 붙은 맥주집이 잔득있었다. 대학시절, 사회초년생 시절 자주 갔었다. 작은 맥주집이었지만 큰 치즈스틱하나에 크림 생맥주 하나씩 시켜서 마시며 수다떠는게 좋았다. 친한 지인들과 도란 도란 마시는 맥주 한잔이 큰 힘이 되었었다. 그때 그 시절에는 이게 당연한거라고 편하게 생각했었다. 진짜 이걸 못할꺼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이게 이렇게 소중한거였다니...


술집에 가기로 한 날까지 나는 두근거렸다. 설레임이 없었다면 그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20대가 되어서 처음 친구랑 술집에 가기로 한 날을 기다리는 기분이들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누가 민증 검사를 할꺼도 아니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과 문화에 충격을 받을 꺼도 아닌데.. 내 심장은 때도 모르고 두근 거렸다. 너..왜 그러는거야??


언니들과 만나는 순간 내 들뜬 마음이 진정되었다. 얼마만에 보는건지 .. 기뻐서 모든 감정들이 진정되었다. 시간이 나면 언니들 만날 생각먼저 하던 때가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시며 육아의 힘듬을 나누고 위로 받던 때가 있엇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때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한지가 한참이 지났다. 우리는 아직 그때에 머물러 있는데 시간만 지나간 느낌이었다. 

어제라도 만나서 같이 논것 처럼 어색함이 없다는게 신기했다. 대문자 I의 성향이라 혼자 노는거 좋아하고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인데...이상하다. 육아하면서 만난 언니들 같지 않고 그냥 알고지내는 친한 언니들 같다.

나는 술집이 아니라 언니들과 만나서 술한잔한다는 거에 두근거렸던게 아닐까?




아따 ~ 몇년만의 술집인가.. 몇년만에 하는 우리들의 즐거운 수다인지 모르겠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당연한 일상인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가 많이 붙은 것 같다. 몇년만인가...이런말을 많이 하고 있다. 머든 안그럴까?? 3년동아는 사소했던 그 모든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것하나하나 하는게 오랜만 같고 즐겁다.


시원한 맥주 한잔에 수다 1시간은 기본으로 들어갔다. 내가 안 만들어 그런가?? 술집 안주 왜이리 맛있는지 숫가락이 안보이게 계속 먹었다. 그냥 이런 맥주집에서는 조리용 안주가 맛있기 힘데 .. '아니 이런 맛이!!' 라며 맛있게 먹었다. 언니가 만들어준 팔찌 하나씩 하고 짠을 하는데 괜히 뭉클했다. 이게 이렇게 뭉클할 일인가?? 그때는 생각 못 하다가 뒤늦게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뭉클해 하고 있다. 날이 더워지니깐 그때 마셨던 맥주, 그때 먹었던 안주, 그때 나누었던 대화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캬악..시원한 맥주한잔. 그게 주는 행복을 느낀 것 같다. 일하면서 힘들때 작은 맥주집에서 맥주 한잔을 마셨는데 먼가 전부 쑥~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었다. 이게 맥주인가?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때랑은 완전 다르게 .. 맥주 한잔의 행복을 알아 버린것 같다. 우리는 많이 마시지 않았다. 언니 한명과 나는 취하게 않게 마시는 주량을 이야기 했었는데 반도 안마셨다. 술에 취하기 보다는 대화에 취했다. (술은 거들뿐) 놀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 아쉽게 일어나야 했다. 계속 마실 수 있었다면 끝없는 수다와 함께 주량 만큼 술을 마셨을 것이다. 언제쯤 아쉽지 않게 언니들과 놀 수 있을까?? 늘 아쉬움 가득 헤어져서 그런가.. 만날때 마다 반갑고 즐겁다. 


그 뒤로 나는 맥주집에 가지 못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맥주집에 가는게 참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나만 그런가??) 마음은.. 운동하시는 분들과 같이 맥주 한잔 마시자고 할까? 언니들에게 한번더 마시자고 연락할까? 친구에게 연락해볼까?? 마음만 가득하다. 막상 말하려고 하면 내가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혼자 그냥 아쉬워만 하고 있다.

그래도 이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먼가 기분이 좋다. 이 여름이 가기 전 나는 한번더 맥주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멀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