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을 못하는 이유(1)
내가 일을 하지 않는건.. 처음엔 출산 때문이었다 혼자인게 싫었던 나는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었다 멋모를 때의 자신감이 랄까? 낳고자하면 낳을 수 있고 일하면서 무지 잘 키울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을 했었다. 멋진 나의 모습과 다복한 가정 둘 다 노렸다.
난임이야기를 듣고 펑펑 울던게 이제는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셋째 낳은건 진짜 오래전일처럼 느껴진다 첫째 낳고 키우면서 출산도 육아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걸 느꼈고 둘째 임신했을 땐 와... 이걸 어떻게 한번 더 하지 막막했다. 둘이면 충분하다 둘째 어린이집 가면 일 시작하자 전공 살려 다시 재취업하자 가즈아~ 하면서 포폴도 재정비하고 이력서도 새로 썼었다
이렇게 오래 일하지 못할꺼라고 상상도 못했다 내 전공을 하지 못할꺼라는 상상도 못했다 많은 것들을 내려놔야 하는걸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좀 크면 무슨 일이든...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다들 일하면서 아이 키우고 이것저것 하길래 나도 가능할꺼라 생각했다 어림없는 생각이었다.
아침시간인데 여유롭다 평소보다 30분이나 더 잘 수 있어서 "앗싸"를 외쳤다. 첫째가 초등학교 가고 첫 방학은 진짜 눈물 쏙 빠지게 힘들었는데 방학도 조금씩 익숙해진 것 같다. 맞벌이였음 방학특강이나 학교 또는 지역에서 운영하는 돌봄에 갔겠지만 다자녀는 대상이 아니라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꼬맹이들 어린이집 준비만 하면되서 천천히 움직였다
밥 다 먹고 어린이집 가방 챙기는 셋째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공기가 나쁘거나 꽃가루가 날리면 비염증상을 보이는 아이라 '비염인가?' 생각했다 어제 공기 [매우 나쁨]일 때부터 비염 걱정을 했었다. 집에 있던 비염약을 먹이는데 아이가 이상했다 먼가 힘 없이 살짝 쳐져있었다. 머리를 만져보니 뜨겁지는 않은데... 살짝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해서 체온을 재보니 37.5가 나왔다 놀래서 뒤돌아보는데 둘째가 기침을 했다 화장실서 코가 잔득 막혀서 힘들어하는 첫째도 보였다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지??
비염 경보??
우리 집은 한 명씩 돌아가며 한 달 내내 아프거나 넷다 한꺼번에 아프거나 둘 중 하나다. 한명만 아프고 넘어가는건 우리 집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오늘이 넷다 아픈 그날인가? 싶었다 다른 집 애들은 아프지도 않고 엄마들 일도 하고 공부도 하러 다니고 하던데 우리집은 왜 허구헛날 이럴까? 원망할 때도 있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 좀 편안해 졌다.
이런 생각해봐야 나만 힘든고 나만 지친다. 그래서 안하기로 했다.
지금 아픈 우리 아이에게만 집중!!
일단 넷다 병원에 가기로 했다. 9시 가면 사람도 많고 없던 병도 걸려 올 것 같아서 10시쯤 병원에 전화해 보고 가기로 했다. 천천히 한명 한명 챙기고 10시 땡하자마자 병원에 전화해서 대기자 확인 후 출발했다. 혼자 사남매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건 쉽지가 않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어리고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병원 한번 다녀오면 녹초가 되서 일어나지를 못했었는데 .. 이제 추억이 되었다. 지금은 힘들긴 하지만 일어날 수는 있다!!(초 긍정) 병원 도착해서 30분 정도 대기하고 진료를 받았다. 셋째 목이 살짝 부어 있는데 내일도 열이 나면 독감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에에에?? 독감이요?? 지금 독감이라고 하셨어요??
머리가 띵해졌다. 그때부터 아무 기억이 안났다. 셋째는 가정보육을 하기로 했다. 계속 체온이 37.4~37.6도가 나왔다 기침이 심해서 보리차를 잔뜩 끓여서 한잔씩 주었다. 아픈 아이 같지 않고 아주 신나게 노는데 독감이 맞나? 생각이 100만번 들었다. 아이들이 아프니깐 두통이 왔다. 아이들이 아프면 꼭 두통이 온다. 신랑이 퇴근길에 타이레놀을 사줘서 한알 먹었더니 괜찮아졌다. 아이는 잘 놀고 내일 되면 괜찮겠지 했는데 정말 괜찮아졌다.
안심하면 안되는데 안심을 해버렸다.
아이 컨디션이 좋아서 같이 신나게 놀았다. 너무 신나게 놀았나??
그래도 약은 잘 챙겨 먹였는데 .. 다음날 자는데 아이가 나를 깨웠다. 겨우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껌껌했다. 아무도 일어나 있지 않았다.
"왜 그래 ?? 무슨 일 있어?"
"엄마 나 토할 것 같아"
응?? 바로 벌떡 일어나서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 토를 하는 것 같은데 나오는건 없었고 이상했다.
"엄마 미안해"
"머가 미안해 .. 안 미안해도 돼.."
아이를 진정시키는데 먼가 이상했다. 계속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체온계랑 약을 챙겨 왔다
"엄마 미안해"
아이 체온을 쟀는데 39도였다. 헉!! 너무 놀래서 일단 덱시부르펜(해열제)를 먹였다. 해열제를 먹으니 바로 아이가 안정이 되었다. 보리차 한잔 먹이고 아이를 다시 재우는데 계속 머릿속에 아이 말이 떠올랐다 "엄마 미안해"
푹 자고 일어난 아이는 컨디션이 좋았다. 다른 아이들도 컨디션이 좋았다. 독감일까 걱정했는데 아침에는 열이 없었다. 아침밥도 잘 먹고 신나게 놀다가 슬며시 나에게 다가왔다 체온을 재보니 미열이 조금 있었다. 1년전 미세먼지가 심했던 어느날 일주일 내내 이렇게 미열로 고생했던 기억이 나서 셋째 육아 일기장을 열었다. 그때는 일주일 내내 심한 기침과 미열이 있었다. 그러고도 한 2주 정도 기침이 있어서 계속 병원에 갔었다. 일기를 보면서 지금 울 셋째 많이 컸네 뭉클함에 잠시 빠져 들었다. 정신 차려!!! 지금 뭉클함에 빠질 때가 아니야 하면서 일기장을 덮었다. 한 2주는 고생하겠구나
열은 떨어졌지만 그래도 고열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보시더니 독감은 아닌 것 같다며 다시 약을 처방해주셨다. 집에 오자마자 삼계탕을 끓였다. 뜨끈한 국도 한솥 끓였다. 보리차도 새로 끊였다. 다른 아이들도 기침이 조금씩은 있어서 다 같이 먹게 진짜 큰 솥에 잔뜩 잔뜩 끓였다. 우리 집은 작은 냄비는 거의 안 쓰고(쓴 기억이 별로 없다) 대용량 냄비는 매일 쓰는 것 같다. 큰 냄비는 무겁고 요리하기 힘들지만 화이팅을 수십번 외치면서 사용하고 있다 이후 "아구 허리야"를 외치긴 한다
커피 한잔에 맛동산을 꺼냈다. 미열이 조금씩 있긴 했지만 38도까지는 오르지 않았고 기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같이 케어를 해서 그런지 금방 기침이 떨어졌다. 내 두통만 끝까지 살아 남아 있다. 셋째가 드디어 다시 어린이집에 가는 날 아이도 심심했는지 아주 신이 났다. 어린이집 가는 발걸음이 깃털보다 가벼워보였다. 문제는 넷째였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가기 싫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했다. 하아... 자기도 집에 있고 싶다며 엄마랑 있을꺼라고 꼭 안겨서 울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영화개봉하면 같이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자며 토닥여 주었다. 혼자 계속 어린이집 가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 ..
일주일이 그냥 훅 지나갔다. 내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러고 있는게 맞나? 많은 생각이 든다. "엄마 미안해"라는 아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다. 아픈데 엄마를 걱정한건가? 아파서 미안한건가? 어떤 의미로 말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이 좀 아팠다. 그래도 다 나아서 다행이다 안도를 헀다.
안도하면 안됫었는데.. 이렇게 한명만 아프고 일주일만에 끝날리가 없는데.. 난 돌머리인가 한번도 이렇게 끝난적이 없는데 왜 또 잊어 버린 건지 모르겠다.
셋째가 다시 등원을 시작하면서 새해 결심한 것들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몇 년째 1%도 못하고 있는 결심들이지만 애들도 이제 좀 컸고 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가능할리가 없는데...'
큰애들 학원보내고 하원시간에 맞춰 넷째를 데리러갔다 엄마를 보자마자 울어서 당황했다 몇몇 친구가 하원을 했는데 그때부터 엄마를 찾았다고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그냥 단순히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구나' 생각했다 그 뒤 어린이집 안다닐꺼다 학교 안 갈꺼다 집에 엄마랑 있을꺼라면서 짜증 부리며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달래도 진정이 안됫고 울다 울다 애가 넘어갈 것 같았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우왕좌왕 거렸다. 조금씩 진정시켜 가며 안아 주고 있는데 애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너무 울어서 그런가? 했는데 아니었다
얼른 체온을 재보니 38.2도 ... 열이 있었다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팠구나!! 아차 싶은 느낌이 들었다
셋째가 아플 때랑은 완전 달랐다
열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자거나 짜증부리거나 둘 중 하나였다 몇일 잠을 못 자서 그런 건지 아이가 아파서 그런 건지 엄청난 두통이 시작되었다
정신차리자!! 넌 사남매의 엄마잖아
좀 미친듯이 든든히 먹었다 먹기라도 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 옆에 누웠다 겨우 떨어진 열이 다시 오르고 있었다 잠깐 눕는다고 누웠는데 눈 떠보니 3시간이 흘러있었다 신랑이 중간에 깨운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어나지 못한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잠들다니 1초 후회하고 바로 아이 열을 쟀다 38.5도 해열제를 먹였다 열 패치를 붙여주고 싶은데 붙일 때마다 싫다고 난리를 부린다 열이 떨어져야하는데 독감은 아닐지 걱정이 됫다. 2시간 뒤에 일어나서 열체크 해야 하는데 일어날 수 있겠지?
머리 위에 물, 교차복용가능 해열제, 약통, 체온계를 챙겼다. 못 자는게 일주일 넘어가니 살짝 헤롱헤롱거렸다. 멍한 상태로 일어나 있는 기분이다. 언제 누웠고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애 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잠이 깨지 않았는데도 내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 열을 체크하고 해열제를 먹였다. 찝찝해 보여서 얇은 내의로 갈아입혔다. 아이의 울음이 그치고 숨소리도 편해졌다. 안고 토닥여 주니 금방 다시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니 새벽 6시였다. 아이를 안은 채로 토닥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일어나야지 하는데 몸이 일어나지지 않았다. 병원 열기 전에 가서 대기해야한다는 생각이 그냥 무작정 몸에 힘을 줬다.
신랑이 집에 있는 날이라 정말 다행이었다. 없었으면 애들 챙기고 하느라 더 늦어졌을 텐데 막내만 챙겨서 바로 병원으로 향했고 독감 판정을 받았다.
머릿속이 새하얀 느낌이었다. 어떻게 따로 격리를 시켜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코로나 때도 철저히 분리한다고 했었는데 전부 걸려서 한 달을 내내 고생하다가 쓰러졌었다. 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부딪 힐 수 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다자녀 키우면서 집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면 늘 막막했다. 사남매가 순차적으로 결려서 한달 내내 잠도 못 자며 고생한 적도 있었다. 이런데 일을 어떻게 하냐고 ㅠㅠ 어느 회사가 이걸 배려해줄까? 싶었다. 막내는 다음날 완전히 컨디션을 되찾았다. 단지 코가 완전히 막혀서 뚫리지가 않았다 병원에 가니 코가 엄청나게 나왔다. 오빠들이 밖에서 놀고 있으니 자기도 나가서 놀고 싶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코막힘으로 밤새도록 아이도 나도 잠을 못 잤다 신랑은 출근도 해야 하는데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서로 안쓰러워하며 그렇게 2주를 버텼다. 아니 버텨냈다.
막내는 다 나았지만 독감은 잠복기가 있어서 불안하다. 잠복기 동안의 평화일지도 모를 이 시간에 나는 자야한다 푹 자야한다는 생각에 누웠는데 바로 잠이 들었다 진짜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밤 8시쯤 누웠는데 다음날 아침 8시 애들 소리에 깼다 매일 울리는 알람소리도 듣지 못했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계속 졸리고 피곤하다 아이가 살짝 쳐지기만 해도 독감이아닐까 불안해 하고 있다. 이 불안감에 내가 더 피곤해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아.. 애들 아프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넷 키우기 진짜 드릅게 힘들다" (매달 가계부 정리 할 때도 이생각을 하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