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진 사남매맘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한게 언제부터 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를 좀 길러 보자는 마음으로 1년은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 길게 길러서 쭉쭉 피는게 목표였다. 10년간 미용실도 제대로 못 갔는데 그걸 할 수 있을꺼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왜 아직도 일을 하지못하고 경력단절이 10년이 넘어갔는지 다시한번 상기 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용실도 못가는데...)
몇년이나 미용실을 안 갔던지 염색은 뿌염이 아니라 단발로 자르면 전체 염색을 해야 할 정도로 였다. 펌은 머리 끝에 살짝 남아 있었다. 분명 어깨 조금 넘어가는 길이감이라고 생각했는데 허리까지 길어 있었다. 머리 감을때도 힘들고 이제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들이 미용실 한번가면 20만원이다 30만원이다 할 때마다 '그 돈이면 애들 학원하나 더 보낼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건 오래되었다. 아가씨 때는 미용실 가는거 좋아했는데 왜이런 생각을 하게됫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10만원 아래였는데 .. 물가도 엄청나게 올랐다 하긴 20년이나 지났으니 ...
신랑 아프고 아이들 독감에 몇달 너무 고생을 했다. 이제 좀 숨을 돌리나 하고 거울을 봤는데 내가 진짜 폭삭 늙어 있었다 하아.. 이게 나란 말이야?? 이 생각은 드는데 당장 먼가 할 수 없다는게 더 서글펐다. 이럴 때마다 아이 한명 키우고 나도 일했으면 진짜 예쁘게 멋지게 살고 있을 텐데 내가 왜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 돌봄 안된다는 소리 들었을 때, 그해에 폭싹 늙었었는데 그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형이랑 미용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나는 그걸 받을 수가 없다니 먼가 서글퍼 졌다. 덥수룩하게 자란 내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또 머리는 이게 머야.. 미용실 한번 가야겠다" 생각을 2주 내내 했다. 예약을 해야지 하면서 계속 예약을 못했다. 할일이 왜이리 많은건지 ... 잘 모르겠다 나 주부 맞아??
간만에 미용실에 가려고 하니 어디를 가야 할지 망설여졌다. 집근처 미용실을 검색했더니 우르르르 나왔다. 이름이 익숙한 미용실도 많이 있었다. 첫 고객 30%에 혹 했다가 평일 오전 할인에 혹 했다가.. 미용실 선택이 진짜 너무 어려웠다. 미용실을 찾으면서도 아이들이 아파서 내일 미용실 못 가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머리는 해야해' 첫 고객 30%이면서 후기도 좋고 집 근처인 미용실에 예약을 했다. 평일 오전이라 바로 가능했던 것 같다. 예약하고 30분 뒤 미용실로 부터 예약 확인 전화가 왔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이 아닌 전화가 오다니 좀 신기했다. 이런게 다 신기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친구랑 통화를 해본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아...
미용실 가면 허리까지 자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고 염색도 하고 싶고 펌도 하고 싶었다. 친구가 히피펌을 했는데 예뻐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 내가 하면 안 어울릴 것 같아서 포기했다. (친구는 아가씨라 예뻣지만 나는 찐 아줌마 모습이 될 것 같았다) 나는 왜 이렇게 얼굴이 클까? 머리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어떤 머리를 할지 거울을 보는데 팍삭 늙어서는 내 나이보다도 많이 보이는 지금 내 상태에 눈물이 왈칵 났다. 너무 무겁고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웨이브를 넣을까? C컬을 할까? 오랜만에 나에 대한 고민을 했다. 평소 같으면 애들이 옆에서 재잘 거리며 훈수를 둘텐데 조용했다. 이녀석들 왜이리 조용하지 싶어서 보니 셋째 넷째는 잠들어 있고 첫째 둘째는 학습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그냥 내일 가서 정하자 하면서 잠이 들었다. 많이 피곤했다. 많이 피곤했겠지.. 애들이 계속 아파서 잠을 통 못잤으니..
조금 늦잠을 잤다. 전날 저녁에 밥을 예약해둬서 다행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밥챙기고 나도 밥을 조금 먹었다. 머리를 단정히 빗고 아이들 등원 준비를 했다. 오늘 따라 아이들 옷 챙겨주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예약된 시간이 있어서 엄마만 안절부절하고 아이들은 장난치느라 바빳다. 뽀로로 비타민과 티니핑 비타민으로 유혹해가며 겨우 시간내 등원 완료!! 바로 미용실로 향했다. 집 근처인데 여기에 이런 미용실이 있었다니.. 이런 카페가 있었다니 .. 신기해하며 두리번 거렸다. 매일 걸어다니는 길인데 먼가 모르게 아주 많이 새로웠다. 미용실 들어가면 바로 원하는 머리 말하고 가격알려주시고 머리를 할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머리를 감고 나와서 머리를 빗으면서 어느정도 길이로 할지 펌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머리를 가볍게 자르고 싶다니깐 이렇게 자르면 어떻게냐고 계속 물어봐주셨다. 펌도 이렇게 하면 어떤 느낌이 나는지 손질은 쉬운지 어려운지 꼼꼼히 알려주셨다. 그리고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커트를 하는데 가벼워지는 느낌이 확 들었다. 머리카락이 이렇게 무거웠다니 조금 놀랬다. 그러면서 살짝 졸았다. 미용실이 이렇게 졸린 곳이었나?? 머리를 자른 뒤에 가격을 알려주셨다. 어우 어질 어질한 기분이 들었다. 이 돈을 주고 머리를 하는게 맞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머리 자리는데도 머리가 길면 추가 요금이 붙었다. 짧게 잘라서 머리가 어깨 살짝 안닿이는 길이인데도 머리가 길다고 펌 추가 요금이 붙었다 먼가 멍했다. 30%할인을 받았지만 그 금액만큼 추가료가 붙었다.
그리고 펌이 시작되었다. 나는 꾸벅 꾸벅 졸기 시작했다
"차한잔 드릴까요??"
"네네.."
"커피 주스 메실차 메밀차 (더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드릴까요??"
"메실차 한잔 부탁드려요"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컨디션이 떨어지면 힘들 것 같아서 메실차로 했다.
오랜만에 펌을 했더니 새로웠다 대체 펌을 언제 한거지?? 최소 2년이상 안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6개월 마다 펌하던 나 어디갔니?? 염색은 자주 하지 않았지만 펌은 자주 했었는데 출산과 육아가 나를 이렇게 바꿔놔 버렸다. 20대때는 잘하는 분을 찾았지 금액을 찾지 않았었다. 지금은 ONLY 머니 ~ 이러다가 나중에 시장가서 머리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은 시장 미용실도 가격이 높았다)
2시간 30분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셨는데 딱 2시간 30분이 걸렸다. 최소 1시간 30분은 잔 것 같다. 잔것도 아니고 안잔것 같도 아닌 기분으로 일어나서 계산을 했다. 머리 모양이 마음에 안드는건 아닌데 머랄까? 내머리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굴이랑 머리가 따로노는 기분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머리를한 부작용 같았다. 주위 사람도 신랑도 "잘 잘랐다 펌도 잘됫다" 하는데 나는 영 어색했다. 다른 누군가가 포토샵으로 머리만 바꿔둔 그런 기분이었다. 셋째 넷째가 연년생으로 태어나면서 미용실에 진짜 못 갔을 때도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주름과 나이탓을 조금 해봤다.
머리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한 아이가 열이나기 시작했다. 이노무 독감 진짜... 올해는 화가 난다. 12월 부터 내 삶이 없는 기분이 들정도로 한명 한명 걸리고 있다. 이빈후과 선생님과 간호사분들도 내가 제일 안쓰럽다고 하셨다. 7일 ~10일 간격으로 한명씩 아픈데 진짜 올겨울은 죽을 맛이다. TV에 다자녀 키우시면서 맞벌이 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런 순간을 어떻게 해쳐나가시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 하루를 지내다가 거울을 봤는데 '어 나 머리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리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머리 자르고 펌 하길 잘했네' 이런 생각을 잠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다음 머리는 언제 하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