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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리운 시골할머니 댁

그냥 나의 이야기

by 사남매맘 딤섬

제목을 머라고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해야 내 지금 감정과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제목에 표현될까?

몇 번을 쓰고 고민해도 "그리운" 보다 좋은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너무 그립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그곳



시골 할머니 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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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조용하기만 하고 놀 것 하나 없는 시골이 좋지 않았다

매일 흙으로 된 길을 걸어 다녀야 했다

경운기를 타고 지나가는 할아버지들이 우리를 보고 태워주시면 목적지까지 타고 가기도 했다


논 두렁이에 있는 물에 발을 담가 놀기도 하고

메뚜기를 한통 가득 잡아 오기도 했었다.


가을이면 밤이랑 감을 따러 따라다녔다

할머니가 손주 손녀들 먹으라고 밭에 고구마, 호박, 옥수수 등~ 가득 심어두시면 한 손 가득 따와서는 아궁이에 넣어 구워 먹었다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 일들이

그때는 너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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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은 아주 오래된 집이었다

한 여름, 툇마루에 누워 있으면 시원했다

한 겨울에는 아궁이를 불을 때우면 등이 뜨끈 뜨근해지는 그런 집이었다.

(부엌과 화장실은 많이 불편했다)


집 마당에는 작은 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나는 유독 무화과나무를 참 좋아했다.

열매가 열릴 때쯤 벌들이 날아다니는 건 싫었지만 무화과가 참 맛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그 무화과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더 이상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내가 알고 있는 할머니 댁은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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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도 하나 없던 시골 한쪽에 휴게소가 생겼다

시골 한쪽으로 도로가 크게 생긴 것이다


여기저기 화려한 주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골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여전히 이곳은 할머니 댁이고 지루하지만 할 일은 많고 멍하니 있기 좋은 시골이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먼 곳으로 떠나셨다.

더 이상 할머니 댁은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와도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 주지 않는다

"혀니 왔나~" 할머니가 버선발로 나오셔서 나를 반겨주는 시골은 더 이상 없다


아궁이에도 더 이상 불이 지펴지지 않는다

늘 누워서 빈둥 거리던 툇마루도 없다

담장에는 이끼가 가득하고 나무들도 할머니를 따라간 것 같다



할머니 댁은 그 장소 그대로 있는데

보이는 풍경도 한 70% 정도 그대로인데

더 이상 나에게 할머니 댁이 없다


"그리운 곳"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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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알까?

길을 가다가 산딸기를 찾을 수 있고, 이 산딸기가 정말 맛있다는 걸

그리고 우리 할머니가 굉장히 포근한 분이셨다는 걸




나에게 시골 할머니 댁이란...


모든 풍경 그 속에 할머니가 계셔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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