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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Oct 06. 2020

가진 만큼 휘두르지 않는 튼튼이

  내게는 난제가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과 내게만 친절한 사람  어떤 사람과 만날 것인가. 어렸을 때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좋았다. 그의 친절을 보고 사람들이 그가 내게 얼마나 친절할지 예상하는  좋았다. 늘상 이렇게 친절한데 연인에게는 얼마나  다정할까,  같은 칭찬 말이다. 그러나 예상 가능한 친절은 감동이 적었고 예상치 못한 다툼에 상처만 컸다. 타인에게 친절한 그가 내게는 화를 낸다는 사실은 타격이 컸다. 그다음에는 내게만 친절한 사람이 좋았다. 기대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들어오는 친절은 두배의 감동을 선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전 매력에 빠져드는 걸까. 거칠 것만 같던 사람의 부드러운 모습을 보았을 , 연약해 보였던 사람이 담대하게 행동할 , 차갑게 느껴졌던 사람에게서 따뜻함을 느낄 , 바로 매력에 빠져드는 때다.  사람은 하나의 우주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우주와 다른 우주 간의 만남이라면, 상대방이 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세계로 데려갈  콩깍지는  ,  겹이 된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존재가 갖고 있는 매력이 무궁무진할  같다는 기대감이다.  예상보다  사람의 세계가 크다는 것을 느낄 , 탐구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는다. 그러나 상대방의 크기가 내가 예상한  그만큼이라는 것이 확인될 , 관심은 거품처럼 꺼진다.


  내가 처음 대형견에게 관심을 갖게  계기도 반전 매력 때문이었다. 제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을 때다.  게스트하우스는 검은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었다. 나이는   정도의 아기였는데 몸은 이미  자라 20kg 훌쩍 넘는 상태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개를 키워본 경험이 없을 때였다. 처음 보는 검은색 대형견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조금은 무서웠다. 개가 가까이 다가오면 반갑지만 그만큼 멀어졌고, 예뻐해주고 싶은데 심기를 건드릴까봐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 게스트하우스에 혼자 있던  개는 귀가한 나를 보고는 꼬리를 씰룩대며 다가와 벌러덩 드러누웠다. 신이  꼬리가 여기저기 부딪혀서 , , ,  소리가 났다. , 얘는 지금 자기 몸이 그렇게   모르고 그저 마음은 아직 아기구나, 생각이 들었다.  날부터  눈에는  개의 아기 같은 눈빛과 꼬리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리스마 있는 외모를 가졌는데 이렇게 아기 같은 아이라니. 아이러니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외모도 아기 같은 소형견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다른 매력이었다.


  물론  덩치의 대형견이 사람처럼 듬직하게 곁을 지키고 있으면 너무나 행복하다. 옆에 와서 나란히 누운 튼튼이의 등은, 사람이  옆에서 자고 있는  같은 착각에 들게 한다. 하지만 내가 튼튼이에게 무방비로 빠져들게   튼튼이의 반전 매력이  몫했다. 튼튼이는 누구보다 겁이 많다. 누구네 고양이는 뱀도 잡아온다는데, 튼튼이는 산책하다 만난 실뱀을 보고 기겁을 한다. 가고자 하는 길에 조그만 장애물만 있어도 가지 못한다. 물이 너무 무서워 발목 깊이의 냇가에도 발을 담그길 꺼려한다. 튼튼이의 소심한 모습을 알게 되고 나서 오히려 나는 튼튼이를 데리고 어디든 가보고 싶어 졌다. 튼튼이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행동을 보여주었다. 모든 곳에 함께 가서 튼튼이의 반응을 보고 싶어 다.


  가진만큼 휘두르지 않을 , 반전은 매력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종종 가진 만큼 휘두른다. 자기가 가진 것을 과신해 선을 넘는다. 얼만큼을 가졌든 휘두른다는 것은 배려나 조심과는 거리가 멀다. 튼튼이는 가진 만큼 휘두르지 않는다. 어쩌다 대형견으로 태어나서 사나울 거란 눈총은  받는 튼튼이. 하지만 정작 지나가는   마리에도 식겁하고, 걸림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돌파하지 않는 튼튼이는 누구보다 조심스러운 친구다.가진 만큼 휘두르지 않는다는 튼튼이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튼튼이를  많은 곳에 데리고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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