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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an 25. 2018

2시에 퇴근해도 괜찮을까?

덴마크 코펜하겐 출장기

일만하는 한국인

한국인은 일을 많이 한다. 회사에서 일을 많이 시켜서 억지로 많이 하기도 하고, 돈을 워낙 적게 주니까 먹고 살기위해 자발적으로 많이 하기도 한다. 상사가 퇴근을 안 해서 눈치보여서 야근하기도 한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제일 길기로 유명하다. 독일 사람보다 한국 사람이 1년에 두달은 더 일한다는 통계도 있다. 


워낙 일하느라 바쁘다보니, 한국사람들은 일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여유롭게 밥해먹고 사는 것도 사치가 되어서, 연예인들이 산골에서 유유자적하며 밥해먹는 예능에서 대리만족을 찾는 것 같다. '소박하고 편안한 시간', '퇴근 후 아늑한 공간에서의 차 한 잔', '만드는 과정은 엉망이었지만 함께여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의미하는 '휘게(Hygge)라이프'에 대한 큰 관심도 일만하면서 사는 한국인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휘게'의 나라 덴마크를 엿보다

컨퍼런스 참석 차 덴마크 코펜하겐에 3박 4일간 머물면서 관찰해봤다. 평균 4시에 퇴근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업무차 방문했던 사무실 앞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사무실 운영시간이 쓰여져있었다. 모두 동일하게 9시에 문을 열지만 월, 화, 금요일은 오후 5시에 닫고 수, 목요일은 오후 2시에 닫는다. 코펜하겐 중앙역 근처의 한 샌드위치 가게의 운영시간도 어떤 요일은 8시부터 오후 1시까지였다. 

덴마크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탄다


안타깝게도 퇴근 후에 뭐 하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길거리 다니는 사람들 표정이 한국인들보다 유난히 부드러운지는 굳이 보지 않았다. 서양사람들은 눈 마주치면 웃는게 습관이기도 하고, 아니면 동양인이라서 무시할까봐 무섭기도했고, 덴마크 사람들은 무뚝뚝하다는 소문을 듣기도 해서. 하지만 러시아워 없이 차분한 코펜하겐 거리를 보면서, 퇴근하고 교외의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차 한잔을 마시는 모습이 상상됐다. 밤새 시끌벅적한 술집이 줄지어있는 골목 또한 보지 못했으니.

영화에서 본 그(?) 까페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일찍 퇴근하면 뭐하지?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는 모습까지는 상상이 됐으나, 이내 이어진 의문. 그 다음에는 뭐하지? 매일매일 차만 마시나? 그럼 매일매일 차마시면서 무슨 얘기를 하지?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쉬고 술 마시는 것에 익숙한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매주 이틀 오후 2시부터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낮술과 잠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물론 덴마크 사람들도 낮술 많이 하더라


그런데 그렇게 살 수는 없으니, 정말 해가 쨍쨍할 때 퇴근하면 뭘 할 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아마 예술작품을 더 많이 향유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영화를 자주 보고 그것들에 대해 더 깊이 대화하게 될 수도 있겠지. 아니면, 자연과 인생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시간이 많으니 이웃을 도우러 더 많이 갈 수도 있겠다. 그게 바로 동물이 아닌 인간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새벽이 아니라 오후) 2시에 퇴근해도 괜찮을까? 

개개인의 삶이 바뀌면 전체 사회가 바뀐다. 하지만 역으로, 사회가 바뀌지 않은 채 개인의 삶만 바뀔 수는 없다. 휘게라이프를 나 혼자 시도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오후 두시에 퇴근한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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