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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Mar 25. 2018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시작하며 품은 의문

치앙마이 한 달 살기 3일 차

치앙마이에 왔다. 애초 이번 태국 여행의 목적은 치앙마이 한 달 살기였다. 왜 치앙마이 한 달 살기냐고? 일단은, 올해 일을 쉬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세계일주가 꿈이었는데, 아름답거나 신기한 것들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는 콘셉트가 유행인데 그게 바로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하지만 보는 여행 말고 살아보는 여행은 돈은 둘째치고 무조건 긴 시간이 필요하다. 1년이나 일을 쉰다는 것은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기회였다. 곧바로 요즘 한 달 살기로 가장 핫하다는 치앙마이에 가기로 결정했다.


치앙마이를 선택한 이유는 말 그대로 한 달 살기로 핫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곳에서 한 달을 혼자 지내보는 것은 처음이라 너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용기가 아직은 없었다. 그러나 치앙마이에 가기만 하면 그냥 좋은가? 치앙마이 한 달 살기라는 것 자체가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각자의 몫이다. 누군가는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고 하지만 그것도 가끔이지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건 원치 않았다. 은퇴 후 혼자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하셨다는 어떤 분께서 '하루 4시간 정도는 몰두할 수 있는 취미나 할거리를 가지고 오기를 추천한다.'라고 하셨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치앙마이라는 곳이 내가 재미있게 지낼만한 곳인지 따져봐야 했다.


다행히 치앙마이에는 나와 같은 장기 여행자들을 위한 인프라가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요가원이 많고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수행하러 온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곧바로 비행기 티켓팅을 하게 했다. 몇 년 간 쉼 없이 일을 하면서 망가진 나의 몸과 마음을 올 한 해 동안 요가로 치유하고 단련시켜보자는 게 내 계획이었는데, 이것을 해외에서 할 수 있다니. 요가를 주요 스케줄로 잡고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준비했다.

치앙마이의 한적한 골목. 나는 방콕보다는 치앙마이가 잘 맞는 것 같다.

치앙마이에 온 지 3일 차. 아직까지는 적응 기간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이라 호구가 될 것만 같아 불안하고, 횡단보도는 있는데 보행자 신호등은 없어 당황하고, 음식을 주문할 땐 메뉴판을 두 번은 정독해야 하는 상태. 앞으로 어떤 날을 보내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진정 살아봤다고 할 수 있을 시간이 될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 '길게 여행했다=살았다'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살아보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얼마나 가까웠느냐가 아닐까? 그들의 삶을 얼마나 느끼고 이해했는지 말이다. 이렇게 현지인의 삶에 집착하는 이유는, 나의 삶을 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지 않으며 타인의 삶을 나의 삶과 같은 크기로 인식하려고 노력하고 싶기 때문이다.


발리에서 한 달 지낼 때에는 숙소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숙소를 오가는 길에 이웃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이 사는 집을 볼 수 있었다. 실례가 될 테니 아주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스쳐 지나는 것뿐이라도 평범한 발리 사람들의 일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아주 작은 단면이었지만 그것을 통해서 더 많은 발리 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물론 그들의 집은 아주 허름했다. 남의 가난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평생 모를 뻔했던 지구의 어느 한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깊은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그들의 삶 때문에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치앙마이가 장기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점은 그만큼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이 분리되어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치앙마이 장기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여행자들이 갈만한 식당, 카페, 거리의 범위가 넓어졌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가 정말로 살아봤다고 할만한 시간이 될지 미지수인 이유는, 한국으로 치자면 명동이나 강남 같은 곳에서만 있다가 가게 될까 봐 그렇다. 그래서 내일 스쿠터를 대여할 예정이다. 이 더운 날씨에 걸어서 세계 속을 다니는 너무 힘드니 스쿠터 타고 치앙마이를 구석구석 다녀봐야겠다.

1년 중에 치앙마이가 가장 덥다는 시기에 왔다. 있던 사람도 떠나는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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