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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Mar 10. 2018

발리 우붓에서 요가하기

장기 여행이 가능한 상태가 되자마자 내가 고른 여행지는 발리였다. 발리를 고른 첫 번째 이유는 서핑이었다. 한국의 겨울 바다는 여름 시즌보다 파도가 좋아 서핑하기엔 더 좋은 조건이지만, (아무리 최신 장비로 무장을 한다고 해도) 얼음장 같은 바닷물과 칼바람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더운 여름나라 바다에 몸을 담그는 수밖에. 두 번째 이유는 요가. 작년부터 요가를 꾸준히 해오면서 다른 나라에서 요가를 한 번 수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요가원과 선생님 스타일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요가는 왠지 몸매 가꾸기의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진정한 요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서핑과 요가를 매일매일 하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서핑이 가능한 지역과 요가원이 많은 지역은 차로 1시간 30분이 넘는 거리에 있었다. 그래서 바다 근처인 꾸따 지역에서 2주간 서핑을 하고, 우붓으로 이동했다. 우붓은 지역 전체가 마치 정글 속에 세워진 도시 같다. 카페나 식당에 앉아있으면 밀림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만큼 사방이 초록 초록하다. 길을 가다 보면 타잔이 매달려 다닐 것 같은 나무줄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붓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숲 속에 자리한 요가원이었다.

밀림 속의 식당
골짜기를 따라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우붓의 또하나 유명한 풍경은 바로 평화로운 논 풍경이다

요가반이라는 요가원이 가장 유명하지만 때로는 100명이 넘는 수강생이 몰리기도 한다고 해서, 조금은 작은 요가원을 골랐다. Intuitive Flow(https://www.intuitiveflow.com)라는 곳인데, 탁 트인 풍경을 보며 요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산 중턱에 위치해있고 가는 길이 조금 다리 아프다. 하지만 도착해서 시원한 산 바람을 맞으며 요가를 하다 보면 내일 또 요가하러 오고 싶어 지는 그런 곳이다. 

Intuitive Flow 요가원
요가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Intuitive Flow는 매일 6개의 클래스가 열린다. 하타, 빈야사, 인 요가 등 다양한 요가 수업이 초심자를 위한 오픈 레벨부터 숙련자를 위한 클래스까지 세 가지 난이도로 구성돼있다. 한 클래스 당 12만 루피아(한화 약 10000원)이고, 5회/10회/15회를 한 번에 등록하면 할인이 된다. 한 수업 당 정원은 22명인데 예약제가 아니라서 보통 수업 시작 10~15분 전에 도착해서 등록을 해야 안전하다. 우리가 있는 동안은 적게는 6명, 많게는 15명 정도가 같이 수업을 들었다.


"자신의 몸을 믿으세요."


수업 중에 선생님이 나의 몸을 믿으라는 말을 하셨다. 그렇다. 내가 내 몸을 믿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나는 잊고 있었다. 나는 나의 몸을 믿지 못하는 쪽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고 체격도 작아서 뛰어난 피지컬 능력을 갖지 못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몸싸움을 할 일이 생겨도 무조건 나는 질 거라고 생각했고 강행군 일정 앞에서는 내 몸이 못 버텨낼 거라고 선을 긋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 몸은 많은 것을 해냈다. 내 몸을 믿어줄 사람은 이 세상에 나뿐인데 그런 내가 내 몸을 믿지 않고 있었으니, 그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 또한 나였을 것이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고 나의 육체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러한 나의 육체를 사랑하고 돌보는 정성 속에서 나는 행복할 수 있다.


내 남자 친구는 우붓에서 처음 요가를 했다. 한국에서 요가란 여성스러운 몸매를 만들기 위한 운동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서 남자 친구는 요가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발리에서는 임산부처럼 배가 나온 서양 아저씨, 요가에 꽂혀 아시아를 유랑하는 듯한 서양 청년 등 많은 남성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요가를 할 수 있었다. 어떠냐고 물으니, 한국에서는 힘들거나 스트레스받아서 한숨 쉴 때 말고는 나의 숨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없었는데, 한 시간 반 내내 내 숨소리에 집중해본 경험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요가 자세를 취했을 때 나의 몸의 느낌에 집중하면서 내 몸이 어디서 어떤 상태인지 좀 더 알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숲 속에서 나의 호흡과 나의 몸에 집중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저녁 수업을 들을 때는 요가를 하다가 산 너머로 지는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황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느 바닷가의 유명한 선셋을 보았을 때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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