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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Mar 31. 2018

족발 덮밥 드셔 보셨어요?

태국 음식 카오카무

나는 족발을 좋아한다. 꼬들꼬들한 발 한 짝 집고 뜯어먹는 것도 좋아하고 갓 삶아내 부들부들한 상태의 족발도 좋아한다. 매운 족발, 냉채 족발, 족발 튀김과 같이 응용된 족발 요리들도 모두 좋아한다. 족발은 내게 식사보다는 안주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에게 족발은 소주 한 잔 땡기는 메뉴일 것이다. 그래서 나 족발 좀 먹을 줄 안다고 생각했지만, 족발을 밥과 함께 먹으면 맛있을 거라는 상상은 해 본 적이 없다. 


무언가에 대해 알만큼 다 안다는 생각은 언젠가는 꼭 깨진다. 족발에 대해 알만큼 안다는 나의 생각은 태국에서 족발 덮밥을 먹으면서 깨졌다. 왜 족발로 덮밥을 해먹을 생각을 못했을까? 한국에는 수많은 덮밥이 있는데 왜 족발 덮밥은 없는 걸까? 족발 덮밥은 너무나 간편하고 든든하고 맛있고 저렴하기까지 한 한 끼 식사였다. 태국어로는 카오카무. 태국어로 '카오'는 밥, '무'는 돼지를 뜻한다. 한국에서 먹던 족발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한국 여행객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맛있게 삶은 족발과 계란들
2000원짜리 카오카무


태국 음식 중에는 한국 음식과 비슷한 것들이 많다. 며칠 전에는 야시장에 갔다가 굴전을 파는 노점을 보았다. 영어로 Fried Oyster Pancake. 오목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많이 부어 튀겨내듯이 조리하기에 우리나라의 전보다는 좀 더 바삭한 느낌이지만 영락없는 굴전이었다. 삼계탕처럼 닭을 푹 고아내 국물을 내서 먹는 요리도 있다.

야시장의 굴전 노점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이러한 음식들은,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나온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돼지 발을 보고 삶아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똑같이 했지만, 한쪽은 식어도 먹기 좋게 요리해 야채와 곁들여 잔칫상에 차려내고, 한쪽은 간장 베이스의 양념을 부어 삶은 계란과 함께 밥 한 그릇을 만들어 낸다.


족발 덮밥을 먹으며 족발은 소주와 함께 먹어야 한다는 종래의 인식이 깨졌다. 역시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은 이 세상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 내 생각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 여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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