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가보다,무엇이 나에게 맞는가

by 김나현

인생은 정답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를 묻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를 묻는 일에는 서툴다. 옳다는 말은 분명 유용하다. 그러나 그 기준이 내 삶의 리듬과 어긋날 때, 옳음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나를 깎아내리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남의 기준으로 나를 재기 시작하는 순간, 삶은 어느새 나의 것이 아니라 비교의 대상이 된다.


삶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선택 앞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늘 이것이다. 무엇이 나에게 맞는가. 좋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지치게 만들고, 잘하는 일은 어느 순간 지겨워지며, 견딜 수 있는 일은 마음을 조금씩 닳게 한다. 사람은 이 세 가지 사이의 어정쩡한 틈에서, 결국 자기만의 길을 엮어간다. 남들이 정해놓은 답이 아니라, 스스로가 오래 감당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은 언제나 빠르고 또렷하다. 성과는 빨라야 하고, 선택은 정확해야 하며, 삶은 비교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속도와 정확함 속에서 오래 남는 사람들은 대개 조금 느리고, 조금 불완전하며, 자기 마음의 결을 끝까지 놓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때로는 세상의 흐름에서 반 발짝쯤 비켜 서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생존 방식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오래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 역시 자기 자신이다. 무엇에 상처받고, 무엇을 견디며 살아왔는지, 무엇을 정말로 원하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일은 하루의 깨달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몇 번의 관계와 몇 해의 계절, 몇 번의 실패와 무너짐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아, 이게 나였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너무 이르게 지치고, 어떤 사람은 한참을 돌아서야 도착하며, 또 어떤 사람은 이해하는 대신 스스로를 책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삶이란 결국, 자신에게 천천히 도달해 가는 유일한 여정이 아닐까. 우리는 정답에 가까워지기보다, 점점 자기 자신에 가까워지기 위해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삶을 정답의 문제로 두기보다 방향의 문제로 두고 싶다. 남들이 말하는 옳음이 아니라, 내가 오래 걸어도 무너지지 않을 쪽으로. 조금 늦더라도, 조금 서툴더라도, 스스로에게 맞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현실적으로 가질 수 있는 가장 성실한 삶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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