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by 김나현

나를 알아가는 시간 동안, 나는 종종 낯선 나와 마주쳤다. 다정하지만 매정했고, 밝지만 외로움이 많았으며, 긍정적이지만 불안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었다. 나를 이해하려 애쓸수록 오히려 더 헷갈렸고, 내가 왜 이토록 쉽게 무너지고, 또 왜 이렇게 오래 참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 늘어갔다. 사람들은 자기를 돌아보라 말하지만, 정작 그 돌아봄이 어떻게 가능한지, 어디까지 들여다보아야 진짜 나에 닿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참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실은 자주 실망했던 사람이었고 어른스러워 보이기 위해 다정한 줄 알았지만, 사실은 버려지지 않기 위해 애써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 오해를 하나씩 바로잡으며, 나는 비로소 내 안에 발을 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스스로를 잘 안다고 착각했던 시간은, 내가 나에게 가장 무심했던 날들이었다. 타인의 말에 과하게 흔들리고, 사소한 시선에도 오래 앓던 이유는 결국 내 감정의 뿌리를 외부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그 시선을 내 안으로 되돌리기까지는, 몇 해의 계절과 몇 번의 이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 안다. 삶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 시간 속에는 아픔도, 실패도, 오해도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어떤 사람은 너무 일찍 지쳐 자기 자신을 밀어내고, 어떤 사람은 너무 늦게 도착해 자기를 이해하기도 전에 타인의 삶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나는 다만, 스스로에게 다정한 사람이길 바란다. 누구보다 내 편이 늦게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견디며,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도 나만은 나를 지켜내는 사람이기를. 아직 나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변화에 겁먹지 않는 지금의 내가 어쩐지 조금은 괜찮다고 느껴진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기에, 여전히 더 나아질 수 있는 나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믿기에 자신을 알아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가장 마지막에 이해하게 된다. 그만큼 인간은 스스로를 가장 자주 오해하고, 가장 오래 속이는 존재다. 과거가 상처 뿐인 시간일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본다는 건 과거의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는 일이 아닌 그 상처와 나를 분리해내는 일이며, 그 안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시선을 기르는 일이다.


진정한 자기 이해란 감정을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지나간 후에도 나를 믿을 수 있는 내면의 신뢰를 훈련하는 일에 가깝다. 삶은 결국, 자신에게 천천히 도달하는 유일한 여정임을. 그 여정은 완성보다 탐색에 가까우며, 정답보다는 방향에 더 많은 의미가 있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데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내가 아니라, 지금의 부족할 수도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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