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는 동안,나에게서 멀어지지 않기

by 김나현

건강한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은 누군가를 향해 다가감과 동시에, 나 자신에게 머무는 일이다. 하지만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종종 자신을 소외시킨다. 그가 행복하면 나도 괜찮다고 믿지만, 그 행복에 내가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마음은 조용히 외로워진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거리는 가까워지는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잃어간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 모든 시간을 함께해야만 사랑이 완성된다고 믿어왔던 것 같다. 그러나 관계에는, 생각보다 ‘비워 두는 자리’가 필요하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각자의 하루, 설명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거리. 그런 여백이 있을 때 감정은 닳지 않고, 관계는 숨을 쉰다. 침묵이 단절이 아니라 신뢰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서야 사랑은 애써 붙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건강한 사랑은 누군가에게 기대어 서는 일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다리로 서 있으면서도 함께 기울어질 수 있는 상태에 가깝다. 함께 있을 때는 풍요롭고, 떨어져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의 사랑은 감정의 높낮이에 흔들릴 수는 있어도, 관계의 방향을 잃지는 않는다.


우리는 종종 표현을 사랑이라 착각하지만, 관계를 지탱하는 것은 말보다 태도다. 순간의 다정함보다, 반복되는 선택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예쁜 말은 사라지지만, 존중하는 태도는 남는다. 그리고 그 태도는 결국,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시작된다. 스스로를 거칠게 다루는 사람은 타인을 오래 다정하게 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랑을 잘한다는 것은, 마음의 거리를 재는 감각을 갖는 일인지도 모른다. 너무 가까워 서로를 숨 막히게 하지도 않고, 너무 멀어 서로를 놓치지도 않게. 상대의 삶을 존중하면서, 나의 삶 또한 허투루 두지 않는 것. 사랑이 나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그러나 삶의 일부로는 충분히 깊어지도록 허락하는 태도. 사랑은 그 간격 안에서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사랑이 집착이 아니라 연결이 되고,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되며, 증명이 아니라 이해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관계 안에서 숨을 쉴 수 있다. 사랑은 나를 소모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 함께 머무는 방식이어야 한다.


진짜 사랑은, 함께하면서도 자유로운 것에 가깝다. 붙잡으려 애쓰는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를 붙들 수 있는 힘에서 시작되는 것.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내가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관계. 우리는 결국 사랑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랑은, 나를 중심에 둘 수 있을 때 비로소 깊어지며, 아름다운 사랑은 결국 나를 잃지 않는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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