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未練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잠시 잊고 있었다.

너와 함께하는 동안의 내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잠깐이라도 네가 없는 나는 얼마나 약했는지,

찬란하다고만 생각한 내 인생이 얼마나 불행하게 느껴졌는지,


네가 내게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게”


"믿고 싶었어, 믿어보려고 했어."

야속하게도 너의 그 진심을 믿으면 믿을수록 내 얼굴엔 눈물만 흘렀고, 너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의 나는 우리의 관계의 끝이 보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악했다. 혼자보다 둘이 더 외롭다는 말을 평생 이해하지 못했으면 했는데, 속절없이 느껴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나는 이만 사로잡히고 말았다. 어려운 시절을 서로가 서로면 됐다며 함께했던 우리는 어느새 혼자서도 세상을 이겨낼 힘이 생긴 어른이 되었고, 나는 아직도 가끔 그 추억을 회상하며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운명을 믿냐는 내 질문에, 운명은 만들어나가는거라며 단호하게 답했던 너의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우리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악했다. 그렇게 온 힘을 다 해 놓지 않고 싶었던 끈이 사실은 네가 그토록 버리고 싶어했던 끈임을 이제는 인정해야만 했다.


그때의 우리는, 아니,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서툴렀고, 나는 내가 하는 사랑만이 정답이라고 믿었다.


나는 그와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참견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그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사랑을 하면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한 이기주의자였다.




사랑은 생각보다 더 복잡한 무언가였다.

나는 그 무언가를 찾아, 그 무언가를 나만의 언어로 정의를 내리고 싶어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인생 처음으로 느껴지는 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자니, 위태롭고도 위태로운 내가 감히 견뎌내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었다. 인간은 왜이리도 미성숙한지, 왜 완벽할 수 없는지에 대한 쓸데없는 원망 속에 방황했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박탈된 선택지가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데려갔다. 덕분에 너를 위해 기꺼이 포기할 수도 있었던 나의 인생이 다시금 되찾아졌지만, 그토록 힘들게 내렸던 결정에 대한 결말이 내가 기대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믿고 싶지 않았다.


언제쯤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살아갈 긴 시간동안 너와의 추억을 가슴에 묻어둬야 하나, 그대로 흘려보내야 하나. 선택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는 또 불행해진다.


내가 그리워하는 건,

그때의 나를 바라보던 너일까,

너를 바라보던 나일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일까,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일까.


너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떠올릴게,

너와 함께했던 그 순간의 내가 얼마나 불행했었는지,

이제까지는 너와 행복했던 기억만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었는데,

사실 그건 선택권을 박탈당한게 억울해서 미화된 기억이었나봐.

무엇보다 네가 없는 지금의 내가 너무나 힘들다며 잠시 잊고 있었나봐.

과거의 내가 이별을 택했던 이유.


분명 미성숙하고 어린 나였지만, 그때의 나는 충분히 불행했고, 약했고, 슬펐고, 위태로웠다.

분명 미성숙하고 어린 나였기에, 그런 나의 선택을 나조차 믿을 수가 없어서,

내가 한 선택에 확신이 없어서 괴로웠지만,

다시 기억났다.


찬란하기만 하고 싶었던 나였는데,

너를 사랑했던 나의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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