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병교육대 첫시작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 눈을 떴다.
아직 도착해야 할 곳은 아닌데,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건 끝없는 논밭뿐이었다.
분명 도심에서 출발했는데…
어느새 이런 시골 풍경이라니.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순간,
버스가 갑자기 덜컹 멈췄다.
창밖으로 보이는 글자.
신병교육대.
그때부터 버스 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이 하나둘 웅성대기 시작했고,
나는 괜히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게 느껴졌다.
자꾸 집 생각만 났다.
버스는 그대로 신병교육대 안쪽 연병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철모를 쓴 조교가 버스에 올라타 소리를 질렀다.
“빨리 내려, 새끼들아!!”
모두가 2~3초간 멍해 있다가
갑자기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갔다.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앞사람들이 다 내린 뒤 내리려는 순간,
조교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야, 너 대가리 어디 있어?”
순간 말이 안 나왔다.
“네…? 그게 무슨… 아… 아니, 어떤 걸 말씀하십니까…?”
“니 모자! 어딨어?!”
그때서야 알았다.
베레모를 안 쓰고 있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급하게 더블백을 열고 베레모를 찾기 시작했는데,
하필이면 맨 아래에 들어가 있었다.
이리저리 짐을 뒤지는 사이, 조교들이 더 몰려왔다.
“안 나오고 뭐 해?!”
조교 네 명이 나를 둘러싸듯 서 있었고,
그 순간의 압박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겨우 베레모를 찾아 다시 더블백에 쑤셔 넣고
허둥지둥 버스에서 내렸다.
이미 수많은 장병들이 연병장에 서 있었다.
조교들은 ‘종대’, ‘횡대’ 같은 말을 마구 쏟아냈고,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움직였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나도 눈치껏 따라 서기 바빴다.
잠시 후, 장교로 보이는 사람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신병교육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
앞으로 여러분은 여기서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그 말 이후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오직 한 생각뿐이었다.
‘집에 가고 싶다.’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그때 장교가 다시 말했다.
“비만이라서 살을 더 빼고 싶은 사람, 손 들어.”
순간, 감이 왔다.
‘이거… 절대 좋은 의미 아니다.’
입대 전 살이 좀 붙긴 했지만
나는 끝까지 손을 들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손 들 용기가 없었다.
잠시 후, 손을 든 사람들이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절대 안 간다…’
정리된 뒤, 우리는 생활관으로 이동했다.
TV에서만 보던 훈련소 막사.
그 안에 내가 지금 서 있다는 게 도무지 실감 나지 않았다.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얼차려가 시작됐다.
“앉았다, 일어서!”
“앉았다, 일어서!”
끝이 없었다.
허벅지는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무릎은 점점 감각이 사라졌다.
스쿼트를 몇 세트 한 기분이었다.
얼차려가 끝난 뒤,
조교는 자신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 하기 나름이다.
나는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대로 나가 버렸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착하게 해야겠다.
천사 조교님 뽑혀야지…’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여운 다짐이다.
저녁밥을 먹으러 갔다.
빡빡 민 머리를 한 사람들이
줄 맞춰 앉아 밥을 먹는 광경이 참 낯설었다.
이 사람들과 앞으로 훈련소를 같이 보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여기가 군생활의 끝이 아니라는 현실이
갑자기 너무 막막하게 느껴졌다.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밥을 억지로 삼키듯 먹고,
어느새 취침 시간이 됐다.
불이 꺼졌는데도
잠은 도저히 오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코 고는 소리,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들.
우울했고, 무서웠고,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나갈 수도 없고…
이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다가
나는 천천히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