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환심사기
나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나의 증조할머니는 원산도 섬무당이라 하셨다.
원래 무당 중에 섬무당이 기력이 세다 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유독 나는 사람을 보면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고 취업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나의 고등학교 단짝친구의 친구 남자친구 아닌 동성친구를 소개로 만났다. 그 아이는 유복한 집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여자인 내가 봐도 정말 예쁘게 생긴 아이였다. 내 친구는 카페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그 카페는 20대 초반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그 친구는 음악 쪽 진학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으며 케미가 유독 나와 잘 맞았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느낌이랄까? 그 친구는 그때 큰 걱정에 빠져있었다. 신병이 왔던 것이다. 신내림을 피하기 위해 굿이며 교회며 신어머니를 두고는 있지만 신을 받지 않기 위해 피하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봐주는 게 재미있었다. 내가 신을 받은 건 아니지만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면 무언지 모를 것들이 느껴지면서 입에서 얘기가 줄줄 나오는 것이다. 그냥 그런 느낌이 좋았다. 재미있었다. 그냥 봤을 때는 안 보이는 게 신기로 보면 보이는 게 달랐다. 감춰진 내면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직업 쪽을 잘 봤다. 뭘 하면 그 사람이 좋아지는 지 는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가 보였다. 그 아이가 나에게 손금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손금을 보고 사람들을 보니 더 잘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내 친구와 친구의 친구인 그 아이 셋이서 밥을 먹는 중 환영이 보였다. 또렷하게 말이다. 친구의 친구인 그 아이가 한복을 입고 머리에 쪽을 찐 채로 곁눈으로 나를 째려보듯이 보는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겪어보는 환영에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말했다."네가 아무리 싫다 해도 너는 신을 받아야 해"라고 말이다. 내 얘기를 들은 그 친구의 친구는 밥을 먹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라 집으로 돌아갔고 다시는 그 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말로는 나와 친구의 친구는 서로 기가 너무 잘 통해서 나를 만나면 신이 나를 통해 그 아이를 무당으로 만들 거라고 무당 되기 싫으면 죽을 때까지 나와 만나지 말라고 신어머니가 말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날 이후 더 선명하게 사람들의 미래와 과거를 볼 수 있었다. 영화처럼 영상이 펼쳐진다고나 할까? 나중에 시간이 좀 더 지나 아는 지인의 소개로 춘천에서 올라온 무당에게 물어보았다. 나도 신을 받아야 하냐고 다행히도 나는 신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신기라고 했다. 그 뒤로 나는 어쩌면 나의 신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을 내편으로 만들기에 이만한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이 가장 혈기왕성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많이 봐준 것도 같다.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2학년 때까지 눈이 많이 나쁜 나는 소위 팽팽이 안경을 쓰고 다녔다. 사람들이 쳐다보면 눈이 저기 안쪽에 있는 진짜 못생긴 아이였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또래에 비해 책을 많이 읽었었다. 그중 옛 고전을 많이 읽었었다. 사람들과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했다. 나의 세계일주와 작가의 꿈도 그때 자라난 것이다. 중학교 3학년때 친구의 추천으로 교회를 나갔다. 작은 개척교회였다. 난생처음으로 교회를 다니면서 이성을 알기 시작했다. 소위 교회오빠들은 나를 좋아해 주었다.나의 못난 외모도 신경 쓰지 않고 나의 마음속에 있던 꿈과 슬픔을 다른 사람과 공유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어린 나의 비뚤어진 마음을 조금은 위로받았던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순수했던 시절이 그때였던 것 같다. 문학의 밤. 크리스마스 때의 축제와 철야예배 때 몇몇 소수들과의 밤새 서로의 이상과 꿈을 이야기하고 그 나이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고민들을 말하고 공감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커버린 지금도 몇 년에 한 번씩 그 시절 꿈을 꿨던 것도 같다. 내가 처음 이 글을 썼을 때 했던 말처럼 잊고 싶지 않아서 나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와 지금 현재의 나를 잊고 싶지 않아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나의 의식의 흐름대로 두서없이 써내내려 가는
이 글의 종착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