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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잇프제이 Jul 31. 2023

[교사 양심일지]솔직히 가장 힘든 학생, 학부모는?

솔직히 가장 힘든 학생 그리고 진상 학부모는 누구예요?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힘든거지 싫은게 아니다. 하지만 힘든게 반복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 싫어질 수도 있다.

교사도 똑같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가장 힘든 학생

현재 나의 소속인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학생유형을 크게 나눠 보자면,

첫째, 성실하고 착한데, 밝은데다가 공부까지 잘하는 학생이 있다.

흔히 말하는 엄친아지만 절대 흔하지 않은 전교에 소수만이 존재하는 학생 유형이다. 그 학생들이 가장 높이 평가 받는 부분은 단연 인성이다. "와 공부까지 잘하는데 인성도 훌륭해?!"

둘째, 성실하고 공부를 잘하는데 어둡거나 인성 부분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공부도 잘하는데 인성까지 좋았으면 얼마나 좋으까 하며. 굉장히 조심스러운 학생 유형 중 하나지만, 자신의 인생을 야무지게 잘 챙기고 있다는 측면에서 꽤 기특하다.

셋째, 성실하고 착한데 성적은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안타까운 부분은 있지만, 이 학생에 대해 크게걱정하지는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기본이 되어 있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쟤는 어딜가서 무얼하든 잘 살거야"라는 평을 듣는 학생들이다.

넷째, 착하고 순하긴한데 성실하진 않아 성적이 좋지도 않고, 잘하는 것도 끝내 찾아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 학생들에게는 엄마처럼 잔소리를 밥먹듯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아이들이다. 배시시 웃으며 선생님의 잔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착하디 착한 아이들이다. 본인을 위한 쓴말이라는 걸 아이도 아는거다. 마치 엄마 자식 역할놀이하듯 눈만 마주치면 애정어린 잔소리를 하고, 애교어린 눈웃음으로 응답을 하는 그런 애증의 관계라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불성실하고 무기력하며 반항적인 학생들이 가장 힘들다.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유형의 학생들은 교사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어떻게든 성장하고 변화한다.

하지만 모든면에서 반항적이고 불성실한 학생들은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학생이다. 미처 언급하지 못한 무기력하기만 한 학생들과는 엄청난 차이로 존재감을 뿜어내는 아이들이다.

둘 다 교사를 지치게 하는건 마찬가지지만, 스스로 존재감을 없애버리는 무기력한 학생들과는 달리 본인과 주변의 스트레스 지수를 엄청난 속도로 높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것도 꾸준히 말이다.



딱 한번의 중학교 근무에서 첫 담임으로 만났던 아이가 있었다.

중학교 입학식 첫 날, 처음 보는 친구의 멱살을 쥐어 잡고 흔들며 욕을 퍼붓던 아이가 있었다. 담임인 나와도 첫 대면인 상황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그아이에게 다가가 다급하게 행동을 제지하려 했고, 그 아이 역시 처음보는 담임 교사에게 쌍욕을 날리며 꺼지라고, 그렇지 않으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고등학교에서 내리 근무하다가 생전 처음으로 중학생을 마주한 날 발생한 일이다.

"앞으로 우리반 친구들과 나를 계속 볼 생각이라면 지금 여기서 그만두는게 현명한거야! 천천히 잘 생각해봐.'라며 단호하게 큰 소리로 혼냈고, 아마 요즘 같았으면 아이에게 윽박지르고 협박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로도 그아이는 분노 폭발할 기회만 노리고 있는 사람처럼 여기저기에 화를 분출하고 다녔다.

조회시간에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고, 수업시간 내내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을지 그아이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빴다. 다른 반에서는 잘도 나오는 농담이 우리반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아 우리반 선생님 수업이 재밌다는 소문을 아이들도 좀처럼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아이가 차라리 엎드려 자는 날에는 안심이 되면서도 교사로서 양심의 가책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괴로운 나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학생은 다른 학생과의 학교폭력 문제로 전학을 가게 되었고, 전학을 가는 그날까지 씩씩대던 얼굴 표정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무리 달래고 위로하고, 타이르기도 했다가 엄하게 혼내기도 했지만 그아이의 마음에는 나의 진심이 단 한방울도 스며들지 않았다.

분명 마음이 아픈 아이었다. 전화상으로만 만난 아이의 부모도 포기했다는데, 학교마저 포기하면 이아이는 대체 어떻게 될지 진심으로 두려웠다.

전학을 간 지 한 두달쯤 지났을까. 전학간 학교의 담임교사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 아이는 대체 왜이러는 건가요...'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동료 교사의 고충과 아픔이 절절히 느껴졌다.



가장 힘든 학부모 vs 존경하는 학부모

다른 직장인들이 겪는 진상 클라이언트로 인한 고충도 만만치 않겠지만, 성인이 아닌 즉 이성적인 판단도 못하는데 법적인 책무마저 없는 학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단순 고충이 아니라 고통이다.

여기에 학부모마저 한 몫한다면 교사는 정말이지 버텨낼 수가 없다.

보통의 학부모들은 학교에 연락하는 법이 거의 없고, 자녀들이 담임 교사와 직접 해결하고 상의하도록 믿고 맡긴다.

아이들도 그런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나간다. 억울한게 있으면 최대한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피력하도록 노력하고, 분한게 있으면 울면서 호소하기도 하고,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며 그렇게 하나씩 인생의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기회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 부모들도 있다. 가장 힘든 케이스다.

마치 자신의 자녀가 일방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했고, 우리 아이가 의사표현을 똑부러지게 못해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며 마냥 슬퍼하시는 학부모들이 종종 있다. 한 시간 넘게 전화기 넘어로 그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나까지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오롯이 자신의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본인의 억울한 면만 전달한다.

아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정말 아이 눈에는 그렇게 보이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부모이기에 자녀에게 취약할 수 밖에 없는건 인정한다. 나역시 그러니까.

하지만 왜 어른이겠는가. 아이들이 말하는 내용의 50%정도만 걸러 듣고, 사실 확인을 먼저해야 한다.(그걸 내자식 말을 내가 안믿으면 누가 믿어주냐며 굉장히 그럴듯한 자기 합리화에 빠지는 부모들도 있다) 그런 다음에 화를 내도 화를 내야지, 무작정 흥분했다가 되려 민망해지는 경우가 꽤 많다.

화를 표현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인데,

가장 존경하는 학부모는 꽤 오랜시간 사실 확인을 마쳤고, 아이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어떤 점이 잘못된거며, 학교측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학부모님이다. 그러면서도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부모가 학교에 민원을 넣는 것에 대해 자녀가 절대 모르게 하는 부모다. 같은 부모입장에서 정말 배울점이 많은 학부모님이다.


반면, 아이와 함께 담임 교사 욕을 하며, 학교에 쳐들어가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아이 앞에서 서슴치 않고 말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그럴땐 진심으로 아이가 걱정된다.

그래서 교육상 아이가 듣지 않는 곳에서 말씀하실 것을 부탁드리면, 부모가 '널 위해서 이렇게 나서주고 해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더 크게 소리치던 학부모님.

아이가 진정으로 '부모가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는구나'라고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들까, 아니면 '아, 무슨 일 생기면 저렇게 처리하는 거구나'라는 상황 판단을 먼저할까. 인간은 자극적인 것에 약한 편이다.

자신의 자녀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돌적이고 감정적인 방법'으로 모든 상황을 대하는 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혹시 자기 감정에 흔들려 가장 쉽고 즉각적인 방법으로 아이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는건 아닌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한다.



가장 힘들었던 학생과 학부모 이야기를 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가장 힘들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교사의 이야기를 쏟아 놓을 학부모들과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어디 학교만의 이야기일까. 사회 구석구석에 우리가 모르는 숨은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건 당신이 이상하니까 나도 똑같이 똘끼 부릴거야가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특히 학교 현장에서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학교는 우리 자녀들이 이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는 곳이고, 학교에서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노년의 부모를 대할 것이며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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