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교육의 보조도구로 활용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효과적인 교수활동을 위한 학생에 대한 학습 데이터(ex: 학생의 학습이해도,수준 등)를 활용해서 개별화된 교육자료를 제공한다는 개념은 교육학에서 말하는 '형성평가'를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도구로 쓰겠다라는 말로 들리며 그 자체로는 타당하다. 허나 만약 그러한 누적된 자료가 대학선택이나 직장선택에 쓰인다면 이는 '총괄평가'일 뿐이다. (형성평가는 학생의 학습을 진단하여 다음 학습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의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 시험이고 총괄평가는 말 그대로 '성적'에 들어가는 시험이다.) 형성평가의 개념으로 AI 기술이 쓰일 수 있다는 말과 총괄평가개념으로 어떤 '평가'작업에 AI수집한 학습관련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개념은 전혀 다른 말인데 이에 대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다행히 이번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서 대학입시에 AI 수집자료를 쓰겠다는 포부까지는 없어서 다행이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그의 저서 자체가 지나치게 섣부른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내용 중 모순되고 검증되지 않는 내용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의 내용이 이번 정책에 어느정도 반영되었는지와 별개로, 공표된 AI디지털 교과서 사업 자체에 대해서 말하자면 교육부문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접목하는것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본다. 상기한 바와 같이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기 전 그 정책의 이론적 부분이 충분히 검증되고 타당한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하지만 교육부문에서는 사실 어떤 주창된 이론을 충분히 검증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도입,운영하려는 사례가 매우 많은데 이는 큰 문제라고 본다.) 이미 디지털 기기 및 기술을 활용한 교육의 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자료들이 있고 긍정과 부정의 상반된 효과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체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교육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의 경우, 그 대상자가 학부생 이상의 성인층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 이는 사용자의 사용기술 및 기기에 대한 통제력 여부와 관련있어 보이는데 문제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경우, 그 사용대상자가 아동 및 청소년들이란 점이다. AI기술, 디지털 기술자체의 효용성을 떠나 디지털 기기와 기술을 활용하는 대상자가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면밀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아동들이나 청소년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와 기술을 오로지 학습을 위해서 사용하는데 방해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나의 경우 실제로 교실현장에서 구글 크롬북을 활용하여 다양한 어플로 수업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학생들을 '집중'시키는 문제였다. 가장 기본적으로 일반화 된 '구글 클래스룸'의 경우만 해도 큰 도움이 되지만,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교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디지털 기기를 교육적 목적으로만 사용하게끔 단속하는 것은 사실 꽤나 도전적인 일이다 - 필자의 경우, 강제로 통제하는 프로그램 (가령 학생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혼자서 몰래 유튜브를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했었다.)
그리고 반면교사 삼아 최근에 디지털 기기를 교육에 활용하는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온 스웨덴의 사례를 참고하고자 한다. 디지털 기기와 기술을 수업에 활용하는데 선도적인 국가 중 하나였던 스웨덴 정부는 최근에 공식적으로 디지털교육에서 종이책으로 교육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는 디지털 교육전환이후 스웨덴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었다는 결과와 기기가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내려진 조치이다. 유네스코에서도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기를 통한 교육이 교사들이 지도하는 대면교육을 대체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그리고 목표에서 AI 디지털 교과서가 '개별화 교육'을 촉진한다는 식으로 밝혔는데, 교육부가 말하는 '개별화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의 개별화 교육을 말하는것인지 불분명하다. 단순하게 AI교과서로 학생의 학습수준을 파악하고 수준에 맞는 자료(학습풀이 문제)를 제시하겠다는 것을 '개별화 교육'을 위한 '충분'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는 큰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화 교육은 이미 캐나다,미국, 핀란드 와 같은 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개별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학생과 교사의 '소통'이다. 한 교실에서 학생들 각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같은 목표'수준의 교육을 실시하는것이 개별화 교육인데 개별화 수업은 어떤 기술이라기 보다는 수업 철학에 가깝다.(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칼럼 인용) 가령 개별화 교육을 수행하면 결국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른 '평가'툴을 활용해서 다른 채점기준표에 의해서 평가해야 해야하는데 과연 이것이 한국의 입시환경에서 가능한 일인가? 또한 개별화 교육은 아동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데(이찬승, 교육을 바로잡는 사람들) AI디지털 교과서 지급이 학생과 교사의 소통을 보다 면밀하게 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웃기게도 교육부는 보도내용에서 AI 디지털 교과서가 마치 학습을 크게 도와주게 되므로 교사는 학생의 '인간적'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해놓았는데 이 또한 매우 어색하고 이상한 말로 들린다. 교과를 가르치는 것과 인간적인 성장을 가르치는 것이 별개이었던가?) 또한 교육부의 발표자료를 보면 학습데이터를 국가수준 학습분석에 활용하겠다는 표현이 있는데, 앞서 말한 AI로 표집한 학생에 대한 데이터로 대학이나 직장을 선택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차원까지는 아닐지라도 모든 학생들의 학업데이터를 표집하여 국가단위로 분석하겠다는 것은 기존의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AI를 통해 기본적으로 '내재화'시키겠다는 포석으로 보일 수도 있다. (왜 개별화 수업을 논하면서 국가수준의 빅데이터화를 논의하는지 모르겠다.)
또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반드시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하는것은 디지털 기기의 보급인데, 현재까지 교육부 및 각 교육청별로 각각 이루어진 디지털 기기 보급사업의 추진실태를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고 문제가 많다. 디지털 기기들은 (ex: PC, 노트북, 태블릿, 크롬북 등등) 각각의 특성에 따라 교실현장에서 쓰여질 때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기존의 학교보급상황을 보면 무분별하게 기종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보급하느라 사실상 학교에서 방치되고 있는 디지털 기가가 상당하다. (구체적인 통계를 낸다면 엄청날 것이라고 단언한다.) 디지털 교과서를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오로지 교육용으로 사용하는데 최적화된 기기선택에 대한 고민도 매우 심도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학교에서, 학생 개인들이 선호하는 기기를 임의대로 보급하는것은 엄청난 낭비를 초래하고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술의 호혜적 속성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을 벌일것도 아니고!) 그러나 교육에 관한한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신중하게 검증하고 숙고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AI 디지털 교과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육부는 온갖 장미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강행할 의지를 비치고 있는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은 분명히 좋은점과 나쁜점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의견을 청취하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의견을 최종적으로 다시 제시하자면 AI디지털 교과서는 교육을 위한 '보조도구'로서 한정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종이책을 대체하겠다는 정도로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