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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Feb 20. 2018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해

<이제야 수요일> Chapter 2. 퇴사 그리고 해고

사회생활과 연애의 상관관계

아니 이런 뜻은 아니고(...)


많이들 그런 얘기를 한다. 사회생활과 연애가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아마도 서로 다른 두 개의 개체가 만나 관계를 맺고 많은 시간들을 함께하면서, 인생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가장 닮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설레는 첫 만남과 콩깍지가 씌어 장단점을 구분할 수 없는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이 하나 둘씩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찾아온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스스로는 간데 없고, 관계가 일상의 중심이 되어 나머지 중요한 것들을 잠식한 지 오래. 먹을 것부터 자는 것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이 습관과 행동 전부를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즈음이면 권태기가 찾아온다. 이 권태기를 잘 버텨서 오 년이고 십 년이고 연애를 잘 해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언제고 꼭 이별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 


여기까지가...끝인가보오....이제 그만 돌아서겠소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이 사회생활도 잘 한다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이 둘의 상관관계가 그렇게까지 맞닿아 있는지까지는 아직 연차가 미령한 나는 잘 모르겠고 어느 정도 닮아 있다고는 동의하는 편이다. 어차피 연애도 사회생활도 인간관계에서 파생된 요소들이니 아마 그럴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해 본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별의 순간에 회사와 연애는 가장 많이 닮아 있다. 질척대는 이별, 매너없는 이별, 환승, 혹은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카톡이별'까지. 모든 형태의 이별들이 회사에서도, 연애에서도 벌어진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이별'의 순간이다.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합니다.'

잘가요 내사랑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합니다.' 이 말이 드라마 속에만 나오는 줄 알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웬걸, 꽤 많은 직장인들이 이런 이유로 사직을 실제로 권고받고 있다고 한다. 지인 중 A라는 사람은 나와 비슷한 연령대인데도 권고사직을 받고 최근 퇴사를 앞두고 있다. 이유는 경영상의 이유. 대기업 계열사이면서도 종업원 수가 그다지 많지 않던 A의 회사는 경영승계권 문제에 휘말리면서 권력 구조 개편에 따라 사업규모가 대폭 축소되었다. 자연스럽게 A와 같은 일반 회사원들은 구조조정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 


A와 같은 실무진들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일 때도 있다. 임원진들이 더 많은 연봉과 더 나은 복지 대우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임원의 경우는 계약직 형태로 묶여 있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더 이상 근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 그런 일들은 정말로 드라마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국내 모 기업의 경우 해외출장을 가던 길에 해고 통지를 받는 일이 실제로도 일어난다고. 수년 간, 혹은 수십년 간 한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했던 직장인들에게는 하루아침에 벌어진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보다 입사 1년 이내 조기퇴사 비율이 꽤 높았다 (출처: 잡코리아) 


어디 해고 뿐이랴. 퇴사자들 역시도 비슷하다. 최근 들었던 충격적인 케이스가 있었는데, 어느 계열사의 B라는 직원은 근무하는 동안 회사 및 그 부서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다녔던 걸로 유명했다고 한다. 부서 내에서도 B에 대한 불만이 늘어가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문자로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출근하지 않았다고. 직장인 선후배들과 함께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이런 무단 퇴사에 얽힌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모두들 그런 식으로 무단퇴사한 사람을 정말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모으다 보면 꽤 여럿 만날 수 있는 것이 아주 없는 일은 아닌 모양이다.  



퇴사가 일상이 된 사회

이 짤은 이제 너무나 유명해서 굳이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사실 요즘 직장인들이야 우스갯소리로 '퇴사가 항암제'라고 할 정도로 퇴사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다른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에서 가장 많은 퇴사 고민을 하는 시기는 회사에 갓 입사해 한창 적응을 하는 1~3년차 시기. 퇴사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텍스트들이 온라인을 비롯해 오프라인 서점가를 장악할 정도로 이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회적 맥락과 텍스트를 통해 해석하고자 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이 지점이야말로 회사와 연애가 닮아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연애가 그렇듯 회사 역시도 일상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리고 연애와 관련된 고민의 과정이 늘 그렇듯, 퇴사와 이직 역시도 더 '만족하는' 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탐색하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인의 지인인 C의 경우는 퇴사 후 훨씬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지금은 아직 많은 돈을 벌고 있지는 않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투자하며 자신만의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C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1. 퇴사한다 1. 퇴사한다 1. 퇴사한다


지금의 관계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삶을 좀먹고 있는 소모적 관계라면 그 관계는 종결되어야 마땅하다. 어떤 연애관계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관계가 아니라면 관계 안에 놓인 두 개체는 다른 대안적인 관계를 찾아 나설 권리가 있다. 회사 속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출퇴근하는 그 순간이 지옥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오로지 그 순간을 그저 참아내고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지옥이 또 있을까.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도 회사 내부의 조직을 좀먹고 회사에 피해를 끼치는 사람이라면 굳이 그와의 관계를 유지하려 애쓸 필요가 있을까. 결국 어느 쪽이든, 이유가 타당하다면 그 이별 역시 타당하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해

이별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상실감을 안겨주는 법


그럼에도 우리 모두에게는 '이별의 예의'가 필요하다. 다른 이유에서라기 보다는, 이별의 과정에서 상처받게 되는 사람들이 언제고 어느 이별의 형태에서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일방적이고 무례한 해고의 과정에서 결국 상처받는 것은 해고당하는 '사람'과 해고하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함께 고통받는 다른 팀원들이다. 퇴사의 과정이라고 다르지 않다. 일방적이고 서로를 생각지 않은 불친절한 퇴사의 과정에서는 통보받은 '사람'과 통보한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끼어 있는 제 삼자 모두가 상처받는다. 


단적인 예로, 최근 친해진 D는 누군가의 퇴사 과정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 되었다고 했다. 자신의 상사가 퇴사하면서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후임은 뽑히지 않은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원래 함께 일하던 팀원들이 다른 사업으로 재배치되면서 D가 프로젝트의 중심이 된 것. 서포트해줄 수 있는 인력도 하나도 충원이 안 된 채로 실무진이라고는 D밖에 없는 상황에서 D는 어쩔 수 없이 거의 일 년이 다 되는 시간동안 그 프로젝트를 힘겹게 이끌고 있는 중이다. 


가족같다면서요(....)


그러나 사회생활은 이 지점에서도 연애와 닮아 있어서,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누군들 원만하게 해고와 퇴사의 과정을 풀어내고 싶지 않을까. 다만 그 과정에 얽혀 있는 것이 결국 '인간'인지라 그것이 문제다. 정답도 없고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이 관계의 문제는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간'들이 모여 구성하고 있는 회사와 사회, 그리고 개인 관계까지, 정답을 몰라서 오늘도 고민만 계속하는 날들은 여전히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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