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의 영향력
“여러분이 쏜 화살은 어디로 날아갔을까요?”
라디오 PD 할 때입니다. 당시 부장님이었던 선배 PD 님이 부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여러분이 만든 라디오 프로그램이 어떤 청취자에게는 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말을 시처럼 말씀했습니다.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의 피드백은 전화나 우편엽서로 받았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였으니까요. 청취자의 사연을 읽어보면, 놀랄만한 감성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평을 해주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해박한 음악지식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음악도 신청해주기도 했습니다. 전화연결 프로그램에서 청취자가 하는 말을 들으면, 어찌 그리 열심히 듣는지 감탄하곤 했습니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지만, 특정 청취자에게는 깊은 영향 끼침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로부터, 몇 해 지난 뒤였습니다. MBC 원로 선배이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지내신 서규석 선배 PD님께서 “내가 쏜 화살은 어디로 날아갔을까?”란 시구를 오래전에 소개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부장님은 원로선배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것 같습니다. 출처를 찾아보니, 미국의 시인 롱펠로우 Henry Wadsworth Longfellow (1807–1882)의 시 <화살과 노래는> The Arrow and the Song에 나오는 구절이었습니다. 라디오와 연관 지어보면, 라디오프로그램의 영향, 라디오 제작자의 책임감을 생각해보게 해 줍니다.
롱펠로우 시에서 몇 줄은 빼고, 몇 줄은 만들어 넣어서, 창작하듯 번안하는 무모한(?) 짓을 했습니다. 시인의 시상을 훼손하지 않았나 조심스러워 원문을 첨부합니다.
화살과 노래는
내가 쏜 화살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한 순간에 저 너머로 사라진 그 화살을
바라본들 볼 수 있을까?
내가 부른 노래는 어디로 울려 퍼졌을까?
한 순간에 저 너머로 울려 퍼진 그 노래를
귀 기울인들 들을 수 있을까?
먼 훗날 세월이 흘러 흘러 흐른 뒤에야
나는 다시 보았네 떡갈나무 밑 둥에
그대로 박혀 있는 옛 모습 그 화살을
먼 뒷날 시간이 가고 가고 간 뒤에야
나는 다시 들었네 친구의 가슴에서
그대로 울리고 있는 그 시절 그 노래를
I shot an arrow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so swiftly it flew, the sight
Could not follow it in its flight.
I breathed a song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who has sight so keen and strong,
That it can follow the flight of song?
Long, long afterward, in an oak
I found the arrow, still unbroke;
And the song, from beginning to end,
I found again in the heart of a friend.